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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甲질’ 이제는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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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6  13: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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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행정학박사

청렴교육전문강사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은 ‘상사의 지시가 이치에 맞지 않아 받들어 행할 수 없는 일이라면, 사리를 자세히 살펴 행할 수 없음을 보고하되, 그래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일로 말미암아 비록 파직이나 귀양을 당하더라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牧民心書(목민심서) 제3부 奉公編(봉공편) 제5조 貢納(공납)에 나오는 글이다. 원문의 “上司以非理之事(상사이비리지사), 不可奉行(불가봉행), 枚報事理(매보사리), 猶不聽從(유불청종), 雖由此遭貶(수유차조폄), 不可屈也(불가굴야)”라는 문장이다.

다산은 象山錄(상산록)에서 말한다. ‘무오년(1798년) 겨울에 조세의 현물 수납을 이미 반이나 끝냈는데 宣惠廳(선혜청)에서 서숙(조) 7천 석을 作錢(작전) 하라고 독촉하였다. 비록 왕의 허락을 받고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고집하여 그대로 현물로 수납하고 창고를 봉하였다. 서울 선혜청에서는 나에게 죄를 내려야 한다고 요청하였으나 선대왕(정조)은 ‘잘 못은 서울 선혜청에 있고 정약용은 죄가 없다’라고 하였다. 나는 사표를 내고 기다렸으나 이 통지를 보고 그만 두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는 현금이 귀했다. 현물을 내는 것도 버거운데 돈으로 바꾸어 내라니 현물을 돈으로 바꾸려면 백성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산의 사리에 맞는 판단과 상사의 명령이라도 거절할 줄 아는 강직함이 돋보인다. 곡산부사로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이 고스라니 녹아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의 ‘갑질’행위 등을 뿌리 뽑기 위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행위는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대표적인 생활적폐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그동안 갑질행위에 대한 구체적 개념이나 기준이 없어 가해자나 피해자도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관행처럼 반복되어 왔고 신고자나 피해자의 보호도 미흡했다. 그 대책의 일환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여 갑질행위의 개념과 유형을 구체화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하게 된 것이다.

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에서는 갑질의 개념과 유형을 신설하였다. 공무원의 갑질이란 “공무원이 직무권한 또는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민원인, 부하직원, 산하 기관·단체 등의 권리나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갑질의 유형은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1)인가·허가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그 신청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제3자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기 위하여 부당하게 그 신청의 접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로 공무원이 국민에게 가하는 갑질,

2)직무관련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요구를 하는 행위로 조직 내 상급자의 이익 추구 목적 또는 하급자에 대한 불이익 부과 목적으로 행하는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갑질,

3)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체결하는 물품·용역·공사 등 계약에 관하여 직무관련자에게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의무 또는 부담의 이행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집행해야 할 업무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로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가하는 갑질,

4)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소속 기관 또는 산하기관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업무를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그 업무에 관한 비용·인력을 부담하도록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로 상급기관의 하급기관에 대한 갑질,

5)그 밖에 직무관련자, 직무관련공무원, 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소속 기관 또는 산하기관의 권리·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茶山이 200년 전 강조한 ‘상사의 지시가 이치에 맞지 않아 받들어 행할 수 없는 일이라면, 사리를 자세히 살펴 행할 수 없음을 보고하되, 그래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일로 말미암아 비록 파직이나 귀양을 당하더라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는 수평적 권력과 공존이 강조되는 21세기 세계관과 ‘갑질’ 근절을 외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행정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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