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 오 행정학박사

청렴교육전문강사

“교문이나 사문이 고을에 도착하면 의당 사실을 요약하여 백성들에게 읽어주고 설명하여 모두 소상히 알도록 할 것이다.” 이 글은 牧民心書(목민심서) 제3부 奉公編(봉공편) 제1조 宣化(선화)에 나오는 문장이다. 원문을 보면 “敎文赦文到縣(교문사문도현), 亦宜撮其事實(역의촬기사실), 宣諭下民(선유하민), 俾各知悉(비각지실)”이라고 쓰고 있다.

奉公(봉공)은 나라와 사회를 위해 힘써 일하는 것, 나라와 사회에 봉사하는 것, 나라와 사회를 받드는 것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봉공은 목민관을 비롯한 벼슬아치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볼 수 있다. 宣化(선화)의 宣은 임금의 말씀을 말하고, 化는 따른다는 의미로, 임금님의 말씀에 따라 행정을 펼친다는 뜻이다. 敎文(교문)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내리는 임금의 諭示文(유시문, 백성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문서)을 말하며, 赦文(사문)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임금이 죄인을 방면하여 내리는 글을 말한다. 위 글에 담긴 의미는 백성을 위하여 공개행정을 펼치라는 것이다.

茶山의 이 글은 백성을 사랑하라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이 깃들어 있는 글이다. 당시 백성들은 한문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수령은 綸音(윤음, 임금이 백성에게 고하는 말씀)의 본래 뜻을 알기 쉽게 잘 풀어서 土書(토서, 우리말, 한글)로 변역하여 백성들이 환히 알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행정은 어떠한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 공개 조례’에 의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개’란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기 전에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미리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행정정보의 공표라고 한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정보는 1. 식품·위생, 환경, 복지, 개발사업 등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와 관련된 정보, 2. 교육·의료·교통·조세·건축·상하수도·전기·통신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 3-1. 국가계약법에 의한 계약관련 정보, 3-2. 지방계약법에 의한 수의계약 내역 정보, 3-3. 국가재정법에 따른 재정정보, 3-4. 지방재정법에 따른 재정운용상황에 관한 정보, 3-5. 그밖에 법령에서 공개, 공표 또는 공시하도록 정한 정보, 4. 국회 및 지방의회의 질의 및 그에 대한 답변과 국정감사 및 행정사무 감사 결과에 관한 정보, 5.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정보, 6. 그밖에 공공기관의 사무와 관련된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정보 등이다.

이 때 고려할 사항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하여야 한다.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등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행정정보의 비공개나 소극적인 공개는 국민과 공무원 간에 정보의 비대칭적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경우 정보를 많이 가진 공무원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이용해 보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는 국민들보다 행정 전문가인 공무원이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행정의 경우도 일반 주민들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의원 혹은 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더 많은 고급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용한 정보는 일부러 공개를 미루거나 사후에 소극적으로 공개하고 심지어는 정보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정보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공무원이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등 주민을 현혹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茶山은 행정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폐단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대동미 징수를 연기하라는 詔書(조서, 임금의 명령문)가 내려왔으나 수령은 이를 감추어 반포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계속 거두어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부채를 탕감하라는 조서가 내려와도 감추어 반포하지 않고 아전들과 어울려 백성들을 농간한다. 병자를 구호하고 시체를 묻어주라는 명령도, 결혼 못한 자의 혼인을 권하고 부모 없는 고아를 거두어주라는 명령도 감추고 공표하지 않는다. 수해나 가뭄이 들어 조정에서 세금을 탕감해 주었으나 수령은 여전히 거두어 가로채 먹고는 조정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정보를 왜곡한다.

茶山은 “噫(희)! 其可乎(기가호)”, “아! 이래서야 되겠는가”라고 한탄하면서, “牧宜註(목의주), 明其旨(명기지), 翻以土書(번이토서), 俾民暸然(비민요연)” 즉, ‘목민관은 마땅히 뜻을 잘 풀어서 그 요지를 밝히고 우리글로 번역하여 백성들이 환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행정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하라는 교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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