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베스트셀러의 공식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통해서 사후적으로 그 시대의 독자들이 책에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소설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원하는 소설은 어떤 것인지를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간 교보문고 소설 분야 누적 베스트셀러를 뽑아보았다. (집계기간 2006년 1월 1일 ~ 2015년 12월 31일)

1위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차지했다.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소재, 2008년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사회 전반의 불안,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묘사, 그리고 2011년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 선정과 한국 작가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도 이 책의 판매가 200만 부를 넘어서는데 한 몫을 했다. 신경숙은 이 책을 통해 대중성을 갖춘 작가로 급부상하게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난 해 표절 논란이 더욱 큰 파문을 일으켰을 것이다.

2위는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다. 2004년 출간되었지만 2013년 KBS의 북토크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에서 배우 이보영이 추천하면서 다시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10년 동안의 판매 중에서 TV 프로그램 소개 이후에 일어난 판매가 91.4%였으니 TV프로그램의 덕을 톡톡히 본 셈. 행복을 찾아 떠난 꾸뻬 씨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만의 행복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인데, 뚜렷한 서사를 가진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처럼 읽힌다. 중간 중간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이 많은데다 당시 출판계의 ‘힐링 코드'가 잘 맞아 떨어져 더 큰 반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차지했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5년 만에 내는 장편 소설로, 일본에서도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출간 당시 이 책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현대인의 고독한 내면을 담백한 문장과 쿨한 태도로 그려내는 그의 소설이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4위는 현재진행형 베스트셀러,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2012년에 출간된 책이니 TOP10에 들어간 책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판매 순위 4위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치밀하게 맞아 떨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미스터리에 따스하고 훈훈한 휴머니즘을 더해 장르 독자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었던 책이다.

5위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다. 국내에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소개한 책인데, 짜임새 있는 장르적 요소와 흡입력, 영화처럼 빠른 전개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계속 한국에 소개되며 팬덤을 넓혔고, 최근에는 출간되는 책마다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는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6위는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출간 1년 후 영화가 개봉되면서 다시금 인기 상승세를 보이며 2014년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동안 간간히 소개되었던 북유럽 소설들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나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등 어둡고 잔혹한 스릴러들이었다면, 이 책은 북유럽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를 따스한 인간애와 유머 코드 쪽으로 바꾸는데 역할을 했다.

7위는 기욤 뮈소의 『구해줘』가 차지했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로맨스를 넘나드는 소재와 헐리웃 영화 같은 전개, 그리고 속도감 있는 스토리로 한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한국 출간 당시 독특한 느낌을 주는 표지 일러스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8위는 『덕헤옹주』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인물을 다룬 낯선 작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출판계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 책이 왜 잘 팔리는지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서 말이다.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역사 인물,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도 눈길을 끌었지만 출간 당시 소설 분야의 화제 도서가 없었던 것 역시 한 가지 성공 요인이었을 것이다. 곧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개봉할 예정이라 영화 개봉 후에는 다시금 순위 상승도 기대해 본다.

9위는 공지영의 『도가니』다. 이 책 역시 영화 개봉 이후 다시 주목 받으면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다. 공지영은 사회적 이슈를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는데 탁월한 작가다. 책과 영화 모두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고 또 실제적인 움직임으로 까지 이어진 사례이기도 하다.

10위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별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과 그들보다 더 별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펼치는 유쾌한 블랙 유머가 일품이다. 이 책의 인기는 이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면 재미 보장!”이라는 공식을 독자들의 머리에 새겼고, 일본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10년 간 소설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도서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와 분석은 교보문고가 제작하는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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