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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관의 행장(行裝)은 검소해야
정영오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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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1  09: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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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 행정학 박사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전문강사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목민심서(牧民心書) 부임(赴任)편 제2조 치장(治裝)에서 “治裝(치장), 其衣服鞍馬(기의복안마), 竝因其舊(병인기구), 不可新也(불가신야)”라고 하여 신임 사또는 부임 행장부터 검소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의복과 말의 안장도 있는 그대로 써야지 새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茶山은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쓰는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자애로울 수 있으니, 검소함이야말로 목민함에 있어 제일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어리석은 자는 산뜻한 옷에 좋은 갓을 쓰고 멋진 말을 타는 것으로 위풍을 떨치려고 한다. 노련한 아전들은 신임 수령의 행장을 보고 판단한다. 만약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비웃으며 ‘알 만하다’하고, 검소하고 단출하면 ‘두렵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수령은 남들이 부러워한다고 착각하지만, 부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미워한다. 재산을 축내면서 명예를 손상시키고 미움까지 받게 되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선거로 취임하는 오늘날 목민관들의 경우는 어떤가? 당선 때부터 거창하다. 선거사무실에는 당선축하 화환과 화분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취임식은 가관이다. 멋진 새 양복과 한복을 차려입은 지방자치단체장 내외는 단연 번들거린다. 지역에서 가장 큰 예술회관이나 체육관에는 수천 명의 주민이 초청되어 초만원을 이룬다. 취임식장 초입은 물론 행사장 안을 빙 둘러 비틈 없이 들어선 화환과 화분은 놀라움에 앞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방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출마선언과 출판기념회에 동원되는 선량한 주민들이 부담하는 책값 명목의 경비는 아마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를 것이다. 이 모두가 체면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의 고혈(膏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茶山은 임금이 내리지 않았는데 고급 수레를 마음대로 타는 고을의 수령을 꾸짖는다. 당시 쌍마교(雙馬轎, 말 두필이 매는 가마)와 유옥교(有屋轎, 지붕이 있는 가마)는 임금이 허락하지 않으면 탈 수 없었다. “요즈음 하찮은 고을의 수령도 유옥교를 타고 나라의 법을 함부로 어기면서 제멋대로 부귀와 영화를 뽐낸다. 나라의 기강과 법제가 이에 이르렀다.”고 검소하지 못한 목민관들을 한탄한다.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 목민관들은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용하는 소위 1호차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용차량관리규칙’에 의하여 운영된다. 시장·군수·구청장과 의회의장에게는 대형승용차를 전용으로 배정한다. 대형승용차는 배기량 2,000cc 이상의 차량이라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차량의 내구연수에 있어서도 7년을 경과하고 주행거리 12만 Km를 초과한 경우에 새로 구입할 수 있도록 헐겁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떤 자치단체도 2,000cc 자동차를 타는 자치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내구연한을 불문하고 옆 자치단체의 군수는 3,000cc ○○자동차를 타는데 우리 시장은 더 크고 좋은 차를 타야지 앞 다투어 더 큰 차타기 경쟁을 한다.

茶山은 신영(新迎, 수령을 새로 맞이하는 것)의 예절 가운데, 아사(衙舍, 관아의 중심 건물로 수령이 거처하는 집)를 수리하는 폐단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사를 수리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백성을 부려야 함으로 부임한 뒤에 판단할 것이다”라고 절용을 솔선하고 폐단을 개선할 것을 지적한다.

요즘 자치단체장들은 관사를 없애고 사택을 많이 이용하는 추세이나 아직도 관사를 이용하는 지역도 상당하다. 현 자치단체장이 연임하는 경우에는 임기동안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치단체장이 새로 취임하는 곳에서는 관사를 수리하고 꾸미느라 야단법석이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새로운 목민관을 맞이하는 예절이라고는 하지만, 불필요한 시설 공사는 물론이고 아직 쓸 만한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온통 교체하여 재정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 의하면 ‘관사의 운영비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그 원칙을 벗어나 건물 수선비, 화재보험료, 냉난방비, 가전제품 및 장식물 구입비, 전기요금, 전화요금, 수도요금 등 모든 운영비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이와 같은 행장들은 목민심서(牧民心書) 부임(赴任)편 제1조의 “除拜之初(제배지초), 財不可濫施也(재불가남시야)” 즉 관직을 제수 받은 초기부터 재정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다산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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