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진 예산 쓰기 위한 관광…혈세 낭비에 동참한 이장들

 

함평군 이장단과 읍‧면관계 공무원들이 메르스 증후군 비상체계 가동 상황에서 한가하게 삼천포 단합대회를 다녀온 것이 확인돼 말썽이다.

함평군에 따르면 이장단 270여명과 읍면관계 공무원 30여명 등 300여명은 9월11일 경남 삼천포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에게 지원된 예산은 3000만원. 9대의 관광버스와 술과 음식 유람선 관광이 뒤따랐다.

군 관계자는 “이들의 일정은 예정된 것으로 취소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장단 단합대회에 혈세 3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는 사실을 접한 지역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여기 더해 타 시‧군‧구의 이장단 단합대회의 경우 선진지 견학 등 명목상의 목적이라도 있지만, 함평 이장단의 이날 행사는 다녀온 곳을 재방문하는 것으로 관광성 외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참여했던 A씨는 “이장단이 대규모로 움직이며 예산이 대거 집행되는 상황이라면 선진지 견학이라도 일정에 들어 있어야 했지만, 1인당 18000원하는 유람선이나 타는 등 예산을 써버리려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함평군이 밝힌 이번 단합대회의 서류상 사업명은 ‘전국이‧통장연합회함평군지회 화합한마당 워크숍’이다.

군은 이번 단합대회 예산지출에 대한 근거로 ‘함평군 리‧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1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서류상 명목일 뿐, 이번 행사는 외유성 관광이라는 지적이다.

일정표는 백암사 탐방 등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졌고, 코스도 2016년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람선을 타고 술과 밥 먹고 온 것이 행사의 전부였던 것 같다'며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모 이장의 전언도 보태졌다.

특히, 지난 9월 8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전남지역도 9월 10일 비상체계에 돌입한 상황에서 함평군은 9월 11일 이장단과 공무원이 함께 외유성 관광을 강행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함평군은 “행정의 최 일선 조직인 이장협의회의 사기 진작과 행정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0년 이전부터 추진되는 사업으로 타 시‧군‧구도 이장협의회 사기진작과 역량강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메르스 비상체계 가동 상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행사 당시 2015년과 달리 행정안전부의 행사 자제 및 취소 요청이 없어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9월8일 메르스 발병 직후 국민들 기억에 묻혀 있던 메르스 공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편의점 등에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의 물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메르스 발병 소식 이후, 여행 일정 변경·환불 절차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 인파가 몰리는 극장,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곳도 상당수다.

광주‧전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광주시는 서울 메르스 확진 환자의 직장 동료로 같은 항공기 옆좌석에 탔던 밀접접촉자 시민 1명을 자택격리하고, 메르스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일상접촉자 11명에 대해서도 수동감시에서 능동감시로 관리를 강화했다.

전남도에서도 서울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일방접촉자가 2명인 것으로 확인하고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행안부의 지시를 운운하는 것은 사태 수습을 위한 뒤늦은 변명으로 읽혀진다.

함평군은 2014년도부터 5년 동안 매년 3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의 예산을 관광성 외유로 짜여진 이장단 견학에 투입하고 있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A 이장은 “세워진 예산을 쓰기 위해 관광을 한 것으로, 무의미하고 군비 낭비란 생각이 짙다”며 “이런 예산으로 군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한다거나 불우이웃돕기에 했다면 모를까 지역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이장들이 혈세 낭비에 앞장서 실망스러웠다”고 짚었다.

한편, 함평군은 올 연말 이장단 해외 선진지 견학에 2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 인원은 18명, 명목은 해외연수를 통해 선진 농업시스템을 현지 곳곳에서 직접 보고 배움으로써 농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해외연수는 선진국의 독특하고 앞선 시스템 등을 한수 배운다는 점에서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일부 해외 선진지 견학이 국내 여행사 해외 패키지여행으로 대신한 것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대동면에 거주하는 A씨는 “이런저런 편법 해외연수가 도를 넘고 있다. 상당수 해외연수는 본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일반 관광이나 다름없어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허탈감만 키운다. 이제 이런 낭비성 해외연수는 정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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