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고문변호사 전세정

낚시를 가면 불청객이 블루길과 배스다. 블루길이 있는 곳은 지렁이 미끼를 못쓴다. 미끼가 다 가라앉기도 전에 물고 늘어진다. 첨에는 낚아내는 손 맛에 속으로 “그래 말뚝찌보다는 백번 낫지”하다가도 얼마 못가서 블루길 성화에 낚시대를 칵 뿌러불고 싶어진다. 그래서 옥수수 낚시를 해보기도 하는데 입질이 지렁이만은 못해서 얼마 못가서 다시 지렁이 미끼로 가보지만 역시나 블루길의 성화를 견딜 수 없다. 게다가 블루길이라는 놈은 챔질이 조금만 늦어도 미끼를 꿀꺽하고 깊이 삼켜 버리는데 그런 경우 바늘빼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요새는 아예 주둥이가 긴 뺀찌를 늘 가지고 다닌다. 그렇게 지렁이하고 옥수수를 오가는 날은 진짜 꽝치는 날이다.

또 낚시를 하다보면 왜 그리 내 낚시대가 안 닿는 곳에서 꼭 고기가 물어줄 것만 같다. 흔히 붕어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3칸 전후 낚시대를 쓴다. 1칸이 1.8미터니 3칸이면 5.4미터다. 더 짧으면 바로 발 앞에다만 던질 수 있을 뿐이고 더 길면 낚시대를 다루기가 어렵다. ‘앞치기’라는 말이 있는데 미끼를 투척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봉돌을 잡고 있다가 낚시대를 구부정하게 당겼다가 펴지는 탄성으로 원하는 포인트에 미끼는 투척하는 것을 뜻한다. 낚시대가 너무 길면 이런 앞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데 낚시꾼 속마음이 꼭 내 낚시대가 닿지 않는 곳으로 눈 앞에 수초지대를 좀 멀리 지나서 장애물이 없는 개활지에 미끼를 던지고 싶은 것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집에서는 모르게 긴 낚시대를 거금을 주고 사서 해보지만 역시나 다루기가 어렵기만 하고 조금만 잘못 던지면 걸리기 일쑤고 고기가 특별히 더 나와 주지도 않는다. 후회해봤자 이미 낚시대는 무를 수도 없고 거금만 날리고 속이 쏙쏙 애린다.

낚시대만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낚시를 하다보면 왜 내가 않은 자리가 아닌 조금 떨어진 옆자리가 그릴 좋아보이는지 모른다. 자식은 내 자식이 이쁘고 곡식은 남의 곡식이 잘 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꼭 그 짝이다. 내가 앉은 자리보다 쩌어쪽 자리가 자꾸 유혹을 친다. 여기서 문제다. 자리를 옮길까 말까 하는 순간부터 고민되는 것이 또 있다. 한번 잡은 터를 옮길려면 벌려놓은 장비를 수습해서 다시 펴는 것이 여간 짜증이다. 그래서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낚시대를 접지 않고 펴진 그대로 옮기는 변동을 해보지만 그러면 옮기는 과정에 여기 저기 바늘이 걸려싸서 또 짜증에 꼬라지가 난다.

그래서 보트를 사볼 궁리까지 이어진다. 보트는 여기 저기 이동을 할 수 있으니 내 눈에 이뻐 보이는 포인트로 직빵으로 갈 수 있고 장비이동 역시 보트에 장착된 채로 노만 저으면 되니 말이다. 그래서 보트 가격을 검색해보고 또 보트 낚시에 맞는 낚시대를 찾아보고 트레일러 면허까지 알아본다. 이쯤되면 집에다가 들키면 난리가 날 일이다. 거기다가 낚시대도 제대로 간수를 못하는데 보트는 어찌 간수할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결국은 보트는 포기한 상태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보트를 검색하다가 접이식 보트를 발견하고는 다시 폭풍검색으로 빠져든다. 아직은 그러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배스를 엄청 잡았다. 아마도 11월 전후였던 것 같다. 날씨가 추우니 배스가 움직이지 않겠거니 하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원샷원킬이다. 식탐도 엄청나서 루어를 별로 흘리지도 않아서 덩치 큰 녀석들이 덥썩 덥썩 물어댔다. 한 자리에서 40센터 전후가 대여섯마리씩 걸려 왔다. 생각해보니 스쿨링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니 수심이 있는 곳으로 배스가 몰려든 것이다. 스쿨(school)은 본디 물고기가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게 떼로 몰려다니는 모양이 학교에 학생들이 몰려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스쿨은 학교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여튼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배스 낚시는 꽝이거나 대박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는 정말 대박이었다. 그 바람에 장구통릴을 두 개나 샀는데 집에다는 “응.... 몇 만원 준 것 같아”라고 대답을 했지만 사실은 그보다 열배도 더 비싸게 줬다. 집에서는 알면서도 그냥 모른 척 한다. 낚시꾼치고 집에다가 장비 가격을 올바르게 신고한 경우는 거의 없을지 싶다. 이것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라서 맘 한 구석이 심히 찔린다. 올해도 그 시기가 되면 그 자리를 다시 가봐야겠다.

그런데 배스 대박이 나면 난감한 문제가 하나 생긴다. 당장 지난해만해도 그랬다. 옆에서 훌치기를 하는 할아버지가 내가 잡은 배를 놓아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나도 잡은 배스를 놓아주면 안되는 줄은 안다.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를 위해서 포식성이 강한 배스나 블루길을 놓아주어서는 안된다. 법에서 포획한 배스를 놓아주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 24조, 제35조는 잡은 배스나 블루길을 다시 놓아주면 징역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어찌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 손에까지 끌고 오는 데까지는 좋은데 바늘을 뺀 이후가 처치곤란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낚시방송을 보아도 그렇다. 배스 잡는 방송을 유심히 보면 배스를 잡아서 보여주기까지만 하고 그 이후 배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단 한번도 방송에 보여준 적이 없다. 대략난감이다. 결국에는 멀리 던져 놓는다. 그러면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풀속에서 퍼덕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그 자리를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바둑을 두면서 잊어버리려고 애를 쓴다. 아마도 낚시를 오래도록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글을 쓰는 걸 지켜보더 초등학생 딸이 한 마디 한다.

“그르니까 낚시 그만하고 나랑 좀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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