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방제약품 사용법 준수 노력을 축사 청소 등 위생관리도 힘쏟아야

윤효인 충남대 명예교수

산란계농가는 여름철이 되면 닭 진드기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닭 진드기가 발생하면 없애기도 어렵고,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이면 더 기승을 부리니 산란계농가 입장에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유럽 등에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이 일어난 이유도 알고 보면 일부 산란계농가가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방제약품을 정해진 용량보다 많이 사용했거나, 특효약으로 거짓 선전된 불법 제조농약인 피프로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다. 닭 진드기는 섭씨 25~30℃에서 잘 번식한다고 한다. 산란계농가들은 닭 진드기가 발생하는데도,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을 겪다보니 ‘방제약품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약(藥)은 잘 쓰면 보약이고 잘못 쓰면 독(毒)’이라는 말이 있듯이, 불법 방제약품이 아니라면 사용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농가가 방제약품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느냐다. 농가에 가보면 사용법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모르는 농가만 탓할 수 없는 것이 방제약품 판매업소 등에서 주의사항을 알리는 데 소홀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정확한 사용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농가 자율에만 맡겨서는 방제약품의 오·남용을 막기가 쉽지 않다. 방제약품 사용은 유럽처럼 전문방제업체를 통해 적절하게 사용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정해진 용량보다 많이 사용하면 당장은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 이를 내성(耐性)효과라 한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더이상 그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다. 당장 조금 더 많이 쓰면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 농가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현재 10개 이상의 닭 진드기 방제약품이 있지만, 너도나도 과다 사용하면서 지금은 농가에서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쓸만한 새로운 약품이 없으면, 결국 불법 제조된 농약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새로운 방제약품이 필요하다. 다행히 방역당국에서 새로운 방제약품을 조만간 보급한다는 소식이다. 농가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신약 개발과 허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이들 약품이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농가의 굳건한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농가들이 방제약품의 사용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살충제라는 표현보다는 ‘방제약품’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살충제라는 표현은 모두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방제약품은 잘 쓰게 되면 약으로서의 순기능 역할을 하지만, 잘못 쓰게 되면 독으로서의 역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농가 스스로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방제약품에만 의지하지 말고 꼼꼼한 청소와 세척으로 축사와 그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생산자단체 그리고 농가들 모두 올여름 진드기 방제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국산 농축산물이 갖고 있는 품질의 우수성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방제약품 오·남용 등으로 농식품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소비자는 언제든지 국산 농축산물을 외면할 것이다. 닭 진드기 방제와 달걀 안전에 대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관련 주체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