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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뒷동산의 소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강복수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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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16: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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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수 산림기술사

생각이 바르면 말이 바르다. 말이 바르면 행동이 바르다.

매운바람 찬 눈에도 거침이 없다.

늙어 한갓 장작이 될 때까지 잃지 않는 푸르름.

영혼이 젊기에 그는 늘 청춘이다.

오늘도 가슴 설레며 산등성에 그는 있다.

 

시인 유자효는 산등성이에 외로이 서있는 소나무를 이렇게 노래했다. 어릴적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뒷동산은 온통 푸르른 소나무와 간간이 보이는 밤나무, 물푸레나무, 아카시나무 등이 전부였다. 살을 에이 듯이 차가운 겨울 아침, 보리밥에 김치 몇 가닥으로 아침을 때우고 동네 친구들 몇몇이 함께 어울려 땔나무를 하러 뒷산에 오르곤 했다. 가까이에 있는 산들은 온통 베어지고 무너져 땔감이 될 만한 나무는 찾아볼 수 없어 한 두 시간여 거리를 오르고 올라 지게 한가득 나무를 지고 쓰러질 듯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뒷동산의 풍경 속에서 왜 유독 소나무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일까. 산림청이 한국갤럽과 함께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다. 지구상에 분포하는 소나무의 종류는 약 100여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60% 정도가 북미 대륙에 분포하고 나머지 40%는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소나무는 그 형태에 따라 동북형, 금강형, 중남부평지형, 위봉형, 안강형 등 여섯 가지로 구분하며 앞의 두 가지 형은 줄기가 곧고 바르며 나머지는 수간이 다소 굽고 수간이 빈약한 것이 특징을 이룬다. 하지만 이 또한 서식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큰나무가 밀식된 숲에서의 소나무 형태는 대부분 직간성을 보이고 있어 과거 지형을 기준으로 구분한 소나무형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때 우리나라의 소나무 분포비율은 전체 산림의 60%에 달하였다. 바로 우리가 어렸을 때 보았던 익숙한 풍경들이다.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주변의 산들은 온통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우리가 뛰어놀던 무덤가에는 항상 멋들어진 소나무 몇 그루가 묵직한 위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우리의 산하에 소나무는 어떻게 완벽하게 적응하여 그 많은 면적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숲에 대한 인간의 간섭으로 인하여 소나무가 생육하기에 적당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땅심이 약하고 건조한 곳에서 잘 견디며 햇빛이 잘드는 양지쪽에서 잘 자란다. 과거 난방과 취사 연료를 임산연료에만 의존하던 시절에는 소나무 아래에서 생육하던 하층의 잡관목과 솔잎을 제거함으로써 소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경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30여 년 동안 우리의 주변 환경은 너무나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물질적으로, 그리고 나무가 살아가는 산림환경 까지도.

한때 60%를 넘나들던 소나무림은 최근 그 분포비율이 25%까지 감소하였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나무림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숲에 대한 간섭이 줄어드는데 기인한다. 이는 숲속의 생물종이 다양화되고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과거 소나무만 살고 있었던 단순림에서 낙엽 활엽수림이 크게 자랄 수 있도록 숲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양수이므로 참나무류 등 활엽수가 무성하게 될 경우 그늘에 놓이게 되는 소나무의 생육은 급속도로 쇠퇴하게 되고 그 자리를 낙엽활엽수가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의 산들을 바라보자. 예전에 무성했던 소나무 숲은 산등성이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오리나무, 상수리나무, 비목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그 많던 뒷동산의 소나무가 사라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숲에서 소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숲속에서의 수종 구성이 바뀌는 정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고 소나무와 함께 일생을 보내며 소나무와 함께 죽음을 맞는다. 고래로부터 소나무가 우리 민족에게 끼친 정서와 문화는 단순히 나무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모든 물질적 혜택, 그 이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는 한 겨울에도 독야청청하는 고고함이나 양지바른 곳에서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경관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항상 살아있어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문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나무 숲을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삶과 애환을 함께 해 온 우리의 정서를 지키기 위함이다. 기후변화, 산림병해충, 수종갱신을 위한 소나무림의 벌채 등 소나무 숲이 사라지는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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