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행정학박사

얼마 전 함평군은 ‘귀농귀촌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33%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고, 저출산 및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함평에 귀농귀촌인의 유입을 통하여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관심, 실행, 정착 등 단계별로 26개 세부사업에 5년간(2017~2021년) 총 311억 원을 투입하여 2천 가구, 3천 명의 귀농귀촌인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의 화합을 도모하고, 5년차 귀농인 소득을 일반농가의 90%까지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시행된 새로운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귀농귀촌 정책의 추진 방향이 바뀌었다. 종전의 2011년 「귀농인 지원법」에서는 ‘농촌 인구유입 촉진’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새 법에서는 ‘귀농어귀촌인의 안정적인 농어촌 정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는 5년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여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의 연령 집단을 말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 도래에서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약 7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부양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면서도 일터에서 퇴장할 것을 강요당하는 서럽고 쓸쓸한 세대라는 것이다(송호근, 2013). 실제 귀농귀촌 인구 가운데 50대 연령층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설명이 타당하다면 50대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 60대가 되어야 하나 40대라는 것이다. 요즘의 귀농귀촌 추세는 베이비부머 한가지로만 설명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의 고용불안,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추구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한 귀농귀촌인의 증가 추세는 향후 몇 년 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평군의 귀농귀촌 시책 방향도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유치 촉진’에서 ‘안착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니까 여기에 즉각 대응하는 정책보다는 농업과 농어촌의 인력과 활력을 창생(創生)하는 데 필요한 적극적이고 심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인이 정착 초기 단계에서 부딪치는 경제적·사회적인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안들을 신규 정책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의 발전적인 방향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귀농귀촌인을 농업 부문에 새롭게 진입하는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알고 체계적인 ‘취농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귀농인을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지역 농업의 후계 세대로 육성해야 한다. 귀농인이 정착 초기 약 3년 동안에 주로 겪는 어려움은 ①가계를 유지할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 ②자영 영농기반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 ③농촌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여 영농기술을 습득하거나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귀농인이 직업으로서 농업을 배울 수 있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지역사회 내의 관계적 자산, 영농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종합과정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귀농귀촌인이 농촌 지역사회 정착과정에서 문화적으로 동화되어 농업활동 외에도 다양한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인이 농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종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토박이 주민과의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한편, 그런 활동들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득활동이 될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사회 활동 중에는 지자체가 수행하는 공공 부문의 여러 사업들이 있는데, 귀농귀촌인을 농촌지역의 부족한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과 도시의 생활상 차이점은 인간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농촌에서의 인간관계는 곧 경제적 자산이다. 토박이 주민의 도움 없이는 농지임차도 어렵다. 이웃의 기술지도 없이는 농사도 지을 수 없다.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는 농산물 판매도 어렵다. 귀농인의 ‘어울림’은 소중한 사회경제적 자산이다. 이러한 어울림을 농촌지역의 부족한 지역사회 서비스 활동과 연계시켜 보자는 것이다. 방과 후 학교 강사, 노인요양보호 서비스, 문화예술 분야의 봉사활동, 지역축제 운영 봉사활동, 유아 보육 등의 공공 부문의 사업에 귀농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의 귀농귀촌은 창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귀농 인구수에만 신경 쓰는 ‘희망자 모객’ 방식에서 벗어나 귀농귀촌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귀농 정책의 목적이라면, 귀농귀촌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토착주민과 함께하는 인간관계를 통해 ‘어울림’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귀농 정책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임을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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