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 후 3년의 시간이 지나고 대통령이 파면당하자 곧바로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떠돈다. 그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열망은 정부여당의 방해 속에 하루하루 움츠려들다가 지난해 촛불과 함께 다시 불타올랐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동안 세월호의 진실을 호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은밀한 방해공작도 함께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하며 폭식투쟁을 벌렸던 극우단체들에 대해 ‘예은이 아빠’ 유경근 씨는 인간적인 비애를 떠나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검찰조사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극우단체들을 지원한 장본인으로 김기춘 전 실장이 지목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실장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함께 1만명에 달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 정부의 그러한 낯뜨거운 행각 뒤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진실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는지 세월호 참사 당일 본인의 7시간 의혹에 대해 끝내 침묵을 지키며 진실을 외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안위에 관해서는 '진실'이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꺼내들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선고 후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고 말해 마치 헌재판결이 잘못됐고 탄핵인용에 불복하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조사를 마친 22일 새벽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헌재의 탄핵선고 후 박 전 대통령은 유독 ‘진실’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마치 국민이 모르는 진실이 따로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검찰조사에서 그는 단지 명백한 증거와 증언들 앞에서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경의를 표했던 검찰은 27일 '사태가 엄중하고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월호의 진실과 대통령의 진실. 결국 진실은 하나일텐데 그것을 말하는 입은 너무 다르다. 누구나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그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던 그날 박 전 대통령의 미스터리한 7시간, 아직까지 단 한번도 진실되게 얘기되지 못했던 그날의 7시간이, 피의자 신분으로 그가 검찰수사를 받은 후 조서내용을 꼼꼼히 살피느라 보냈던 7시간의 무게와 같을 수는 없다.

전 국민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길은 그 날의 진실을 낱낱히 밝히는 일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끝내버린 사람들, '세월호는 교통사고일 뿐', '세월호 인양에는 돈이 많이 드니 아이들은 가슴에 묻으라'고 했던 정치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돼있다.

차가운 바다속에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3년만에 물 위에 떠오른 것은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진실이 인양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양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선체를 뭍으로 올리고 9명의 미수습자를 찾을뿐만 아니라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한 선체조사와 구조실패 원인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말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물론 그가 결코 보고 싶은 진실이 아니겠지만. 세월호 진상조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세월호 2기 특조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특조위 구성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히 진척되길 기대한다.

세상에 성공한 애도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애도든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진실이 낱낱이 밝혀진다면 잔인한 4월은 그래도 견딜만 한 계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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