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숨은 창시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말레이 제도>가 국내 초역이자 완역본으로 출간된다. 월리스는 최초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고도 진화론 창시라는 위대한 업적에서 찰스 다윈보다 한 발 물러나 있던 과학혁명가다.

<말레이 제도>는 월리스가 1854~1862년까지 무려 8년에 걸쳐 말레이 반도 남쪽 지역에서부터 뉴기니 섬 북서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수마트라 섬, 보르네오 섬, 자바 섬, 티모르 섬, 술라웨시 섬 등 적도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군도, 말레이 제도를 샅샅이 과학탐사하고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각 섬의 화산 등 지질, 생물지리, 동식물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이러한 탐사를 통해 월리스는 진화론을 직접 발견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자연사의 신비와 지리의 역사를 파헤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또한 인종에 대한 어떠한 편견 없이 원주민의 생활과 문화를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민족학적 특징을 풀어내는 대목은 진보 지성인으로서의 월리스의 진면목을 알게 한다.

그 밖에도 흥미진진하고 기이한 모험담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낭만적인 여행담이 펼쳐진다. 1869년에 초판이 출간되고 나서 1890년에 제10판이 출간되었으며, 이후로도 여러 번 쇄를 거듭하여 인쇄되었고, 8개국 이상 언어로 번역·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제10판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 책은 월리스의 연보와 논문, 초판 원본에 실린 월리스의 항해경로 지도와 새로 제작한 지도를 추가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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