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텃새 중 동백나무와 슬픈 전설을 간직한 새가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포악한 왕이 살고 있었는데, 이 왕에게는 자리를 몰려줄 후손이 없었으므로 자신이 죽으면 동생의 두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게 되어 있었다. 욕심 많은 왕은 그것이 싫어 동생의 두 아들을 죽일 궁리를 하였고, 동생은 이를 알아차려 자신의 아들을 멀리 보냈다. 대신 아들을 닮은 두 소년을 데려다 놓았으나 이것마저 눈치 챈 왕은, 멀리 보낸 동생의 아들 둘을 잡아다가 왕자가 아니니 동생에게 직접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차마 자신의 아들을 죽이지 못한 동생은 스스로 자결을 하여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 갔고, 두 아들은 새로 변하여 날아갔다고 한다. 동생은 죽어서 동백나무로 변했으며, 이 나무가 크게 자라자 날아갔던 두 마리의 새가 다시 내려와 둥지를 틀고 살기 시작하였는데, 이 새가 바로 동박새라는 전설이다.

동박새는 동백나무 꽃의 꿀을 좋아해서 나무 주변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동백꽃은 꽃가루받이에 어려움이 많은 식물이다. 식물 수분의 매개체로 벌과 나비 등 다양한 생물들이 공생관계를 유지하지만, 동백나무는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 겨울철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아무래도 겨울에 많이 활동하는 조류들이 수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조류가 동박새이며, 이러한 환경적 생태를 유지하는 식물을 조매화라 한다.

한반도 중부이남 전역과 도서지역, 울릉도, 제주도 등지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동백나무 등 상록수림이 울창한 산림, 또는 인가 주변에 서식한다. 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하고, 그 외 계절에는 무리지어 생활을 한다.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하여 겨울철 동백꽃의 개화기에는 동백나무숲에 많은 무리가 모여든다.

학명이 Zosterops japonicus, 크기는 약 11-12cm정도로 몸의 윗면은 녹색, 날개와 꽁지는 녹색을 띤 갈색, 턱밑과 멱 및 아래꽁지덮깃은 노란색 또는 녹색을 띤 노란색이며, 가슴 아랫면은 흰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고 흰색 눈둘레가 돋보이며, 둥지는 작은 나무의 가지 사이에 다량의 이끼류, 새의 깃털, 나무껍질 등을 거미줄로 엮어서 만든다.

5∼6월에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아 암수 함께 품고 기르며, 포란기간은 약 12일정도로 2주가량의 새끼 기르기 기간이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거미나 곤충 같은 동물성 먹이도 먹지만 주로 꽃의 꿀을 따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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