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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양수영 기자  |  suyoung@hp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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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1  13: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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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데타(vendetta)라는 말은 원래 이태리어에서 나온 말로 증오의 대상이 되는 상대를 오랜 기간 끈질기게 무너트리는 핏빛 대결을 의미한다. <브이 포 벤데타>는 바로 한 테러리스트가 벌이는 행위에 관한 이야기다. 파시즘에 의해 엄격한 공안통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의 런던을 무대로, 통제의 힘과 저항의 본질에 대해 문학적 수사와 냉정한 세계관으로 보여주는 1980년대 영미권 만화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작품 속 런던은 1980년말 세계적 핵전쟁 이후 급격하게 파시즘의 지배가 도래한 곳이다. ‘노스파이어’라는 독재 정부가 외국인 배척, 공포 자극, 사회 질서 유지에 대한 세뇌에 가까운 강조를 통해 침묵하는 다수를 만들어 그 위에 철저하게 군림한다. 겉으로는 여전히 의회도 있고 민주제의 모습을 유지하지만, 시민들의 모든 것은 감시당하고 있고 불만세력은 정권 수호 요원들을 통한 납치와 고문으로 보답 받는다. 불만은 저항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지 강요된 평온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엄혹한 공안정국이 만들어내는 표면적인 질서 밑에는, 수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차별 등을 겪으며 주변화 되었다.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일상을 영위하면서, 통제에 길들여진 만큼 그런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도 눈을 감는다.

영화는 주인공인 16세 소녀 이비 해먼드가 빈곤 때문에 성매매를 하려다 공안요원들에게 강간살해당할 위기에 놓일 때, 수수께끼의 가면 쓴 사람에게 구조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그 사람은 1605년에 영국 의회를 폭파하려 했던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고전 영문학의 구절을 읊고 다니며, 런던의 주요 정치공간을 파괴하고 요인 암살을 하는 테러리스트다. 브이는 이비를 비밀기지로 데려와서, 자신의 사상에 점차 물들인다. 한편 정권은 브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브이의 계획을 막기 위한 대결이 펼쳐진다. 주인공 이비는 브이를 만나면서 브이와 함께 싸우는 길을 선택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선택으로 싸움에 나선다.

국민들 또한 브이의 대의를 받아들여 브이에 의해 배달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봉기에 나선다. 군인들의 총과 대포가 시위대를 겨누고 있지만 시위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기가 질린 군인들이 총부리를 내림과 동시에 폭압의 상징이던 의회 의사당은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산산이 분해된다. <브이 포 벤데타>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의 단합된 힘에 의한 변혁이라는 희망을 주기에,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가들부터 터키 민주화시위와 한국의 각종 운동까지 현실의 운동에서 여럿 활용되었다.

또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브이의 가면을 벗기지 않는다. 그것은 브이를 베트맨과 같은 슈퍼영웅을 만들지 않고 공안 통치에 가만히 순종하며 쌓여가는 모순에 침묵하는 상태를 깨고 다른 무언가를 갈망해보기 위한 사상, 사건으로 묘사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시민혁명은 스크린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예술적 서사가 아니다. 작년 10월 29일, 시민들이 든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밝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청와대를 향한 분노를 토해냈다.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훗날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왔다”며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대통령은 3차례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고 여당 지도부 역시 총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집요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매주 주말마다 전국 집회거점에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결국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17년 새해에도 우리는 여전히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학교의 징계조치를 무릅쓰고 자유발언대에 오른 고등학생, 직접 산 쓰레기봉투에 집회장의 쓰레기를 주워담은 대학생...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브이가 될 수 있다. 그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한번, 그리고 매주말마다 광화문을 밝히는 시민들의 촛불행렬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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