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우리 6남매는 모두 부모님이 계시는 안방에서 모여서 살았어요. 땔감이 부족해 안방밖에 불을 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무리 안방이 크다고 해도 여덟명이 복작복작 생활하려니 얼마나 좁고 불편했겠어요. 만일 땔감을 구해서 각자 방에 불을 땠다면 가지 말라고 해도 자기 방으로 갔을 것입니다. 이렇듯 균형발전 정책도 지방에 군불을 지펴주는 정책으로 가야합니다. 더구나 이제는 국가간 경쟁에서 도시간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동계 올림픽 유치경쟁이 러시아와 대한민국이 아니라 평창과 소치라는 도시간 경쟁이란 것입니다. 과거처럼 서울 하나 가지고는 국제적인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이 지역의 특성과 개성을 살려 나름대로 효율성을 발휘해야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경쟁력을 떨어뜨려 지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면서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살리는 상생의 발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견인사업이고,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사업으로, 이는 참여정부라는 특정정부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우선 지금 현시점에서 지역균형 발전이 왜 필요한 지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수도권은 너무 꽉차고, 지방은 텅비어서 경쟁력이 없습니다. 최근 미국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물가는 세계 143개 도시중 3위로 높고 삶의 질은 89위입니다. 반면 시골은 애들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적고 돈이 부족해 자립능력이 떨어집니다.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 심화는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국가 전체적인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킵니다.”

-그러나 현재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그나마 수도권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처럼 수도권이 과밀하면 어느 정부라도 계속 규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이닉스처럼 외국인 투자유치도 어렵게 됩니다. 두 손에 컵만 갖고 있으면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다른 한 손의 컵은 내려놓고 물을 따라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역균형 발전정책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으로 비워진 공간을 활용해서 서울을 최고의 지식기반을 가진 국제도시로 키우고 인천과 경기는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동북아 물류와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 수도권 정책입니다. 그리고 지방은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산업을 육성해 살기 좋고 사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몇 개의 공공기관이 이전된다고 해서 지역성장의 거점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 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는 기업이나 사람이 백화점에서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듯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를 찾아 이동하는 ‘도시 쇼핑시대’입니다. 그러나 현재 지방은 자생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돈과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합니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calling water)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행정·혁신·기업도시 건설입니다. 정부는 이를 뼈대로 하는 1단계 정책에 이어 여기에 살을 붙이는 2단계 대책을 지난 7월 발표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과 사람살기 좋은 환경 조성에 이미 역점을 둔 것입니다.”

-참여정부 임기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추진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세계는 도시간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로 특성화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2012년까지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이전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금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착공이 이뤄져야 합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선진국에서도 이미 1950년대부터 추진된 사업입니다. 우리나라가 너무 빠르게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를 외국과 단순비교할 사항은 아닙니다. 실제로 수도권이 비대하다는 영국도 수도권 인구는 인구는 ㎢당 752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880명입니다. 오래전부터 대도시권 인구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외국과 아직도 인구집중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대규모적이고 적극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요구됩니다.”

-다가오는 대선이 행정·혁신도시 건설의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겠습니까.

“과거정부에도 균형발전 정책은 있었지만 인구와 기업이 수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규제위주의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습니다. 따라서 행정·혁신도시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정부가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가 아닙니다. 국가차원에서 지속돼야할 ‘상수’가 돼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정책과제는 참여정부가 독단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만든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지방의 동의없이 중단되거나 철회될 수 없습니다. 행복도시는 7월20일 착공했고 혁신도시도 이달 12일 제주부터 첫삽을 뜹니다. 이미 행정적으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행정·혁신·기업도시 등의 토지보상금으로 부동산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행정도시 보상금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어 수도권 지가를 폭등시켰다고 보도했지만 근거가 미약합니다. 그동안 행정도시와 관련한 보상금은 3조8400억원이 지급됐는데 이 중 일부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수도권 부동산 거래액 규모가 330조원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집값상승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중에 지급될 혁신도시 토지보상금 역시 그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근 지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투기우려 지역내 부재지주에 대한 채권보상을 의무화하고, 보상금 대산 개발이후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보상제도 도입됩니다. 보상금을 채권으로 지급받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혁신도시내 상업용지에 대한 우선입찰권도 부여하는 등 정부는 토지보상금이 투기자금화되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을 추진중입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의 별명은 ‘학다리’다.

이 장관이 졸업한 학교가 전남 함평의 학다리고등학교라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시골고등학교와 지방대(전남대) 출신이란 핸디캡을 실력으로 극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란 뜻을 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월 EBS 방송에서 이장관을 예로 들며 “창의적·창조적 자세, 도전적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설사 대학교 좀 이름 없는데 가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참여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발탁되어 권력기관이던 국세청을 49개 정부부처 가운데 2년연속 최우수 혁신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접대비실명제 시행, 현금영수증제 도입, 특별세무조사 폐지 등은 그가 청장 제직시절 일군 혁신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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