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마비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최순실 스캔들로 시작된 혼란이 이제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최순실의 전방위적 국정개입 의혹은 매일 새로운 의혹들이 불어나면서 역대급 스캔들로 커져갔고 국민들은 검찰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참담한 결과와 직면해야 했다.

분노한 국민들이 매주 토요일 광장에 모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20만명으로 시작한 국민의 촛불은 한달여만에 유례가 없는 200만 촛불로 커졌다. 눈비가 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장을 지키며 대통령 퇴진과 하야를 외쳤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 26일 전국 190만 촛불집회 이후 나타난 박 대통령의 첫 반응은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을 또 다시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현 시국의 엄중함을 받들겠다던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유아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이미 한 차례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한 바 있고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 ‘공동범행’이라고 적시하고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에 크게 반발하며 검찰의 직접조사 협조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한 바 있었다.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한달새 5% 이하를 나타내면서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다. 대통령의 자진사퇴 거부에 맞서 국회는 최후 수단인 대통령 탄핵추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나라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정부 각 부처들은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국정 아노미 상태다.

총리와 총리 내정자,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상태가 한달동안 지속되고 있다.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서울한복판의 굿판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대통령 수사실패 국면에서 자진사퇴했고 국방부장관은 무리하게 추진된 한일군사정보협정이 졸속논란을 낳으며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검토중에 있으며, 국정교과서 강행으로 교육부장관 또한 국회출석금지와 해임안이 준비 중에 있다.

또한 미르·K스포츠 재단 스캔들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몸이 한껏 움츠려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되면서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역대 최장기록을 넘어선 철도 파업으로 건설현장에 시멘트가 없어 공사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40%대로 떨어지면서 산업 물류도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의 불투명성이 심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계속 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다못해 평시 같으면 온 나라가 들썩였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뉴스마저도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정부에서도 발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이렇듯 국정마비 장기화 조짐에 대해 외신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탄핵 요구에 맞서 참호를 파고 있는 박 대통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을 둘러싼 “기상천외한 스캔들”로 국정운영이 마비됐다고 전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로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수십년 이래 최악의 정치위기는 수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성장둔화와 가계부채 상승,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 각종 악재들에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의문을 제시하며 혼란에 빠져든 보수 정부의 어두운 앞날을 예상했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거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길 기대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하지만 결국 퇴임과 동시에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지적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사태가 대통령의 사사로움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은 국가의 엄중한 권력을 사사로이 이용했다. 어쩌면 ‘짐은 곧 국가다’라고 말했다던 태양왕 루이 14세처럼 공과 사의 구분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태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탄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국민들도 가시밭길 앞에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국정마비 장기화에 대비해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이제 우리들의 과제로 떠올랐다.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