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는 지방자치단체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국가의 정부 형태는 크게 대통령제와 내각제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권한이 상호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체제이고, 내각제는 의회가 중심이 되어 내각을 구성하고, 내각이 입법기능뿐만 아니라 집행기능까지도 담당하는 제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이러한 두 가지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의 자치기관을 두고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등 자치기관에 관하여 수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함평군립도서관 명예관장 정영오

자치기관 구성의 유형을 보면, 의결기능과 집행기능의 분산 형태에 따라 기관통합형과 기관대립형 및 절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관통합형은 의결 기능과 집행 기능이 통합되어 있는 형태로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다. 의회 의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회에 산업건설위원회가 구성되었다면 그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실무 공무원들을 통솔해 산업과 건설 등 분장된 행정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의회에서 의결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행정의 능률성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정치적 기능과 행정적 기능이 중복되어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고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기관대립형은 의회와 집행 기관이 분리되어 상호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형태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다. 의회의 위원회는 집행기관의 소관업무를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경우 의결 기능과 집행 기능이 엄격히 분리되어 상호 견제함으로써 부패와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지만, 동일 사안에 대하여 두 기관이 관여함으로써 업무 처리의 능률성과 신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두 형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절충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의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기관통합형의 단점인 행정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행정전문가를 행정책임자(chief executive)로 임명하여 운영한다.

미국의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의회가 시지배인(city manager)을 선임하여 집행권을 맡기기도 하며, 독일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의회에 합의제 이사회(board)를 구성하고 행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유형은 의결기관과 집행기관 중 어느 기관의 권한이 더 크냐에 따라 의결기관 우위형과 집행기관 우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로 서구 유럽에서는 의회가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으나 한국이나 일본은 집행기관이 우위인 경우가 많다. 기관통합형인 경우는 의회가 중심이기 때문에 의회의 권한이 크지만, 기관대립형인 경우는 집행기관인 시장의 권한이 강하고 의회의 권한이 약한 형태와 반대로 의회의 역할이 강하고 시장의 권한이 약한 경우가 있다.

미국의 자치기관 구성 형태는 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시장-의회 권력분립형, 의회 중심의 의회-지배인형, 집단협의체로 운영하는 위원회형,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총회형 등 네 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기관 구성은 전형적인 기관통합형이다. 지방의회가 의결기관이면서 집행기관의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이다. 집행기관의 국장이 의회의 소속 위원회의 지휘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고 책임도 소속 위원회가 진다. 시장은 의회 의장이 겸임하며 자치단체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의장 밑에 행정의 총책임자인 수석행정관을 임명하고 그 밑에 실·국장들이 실무를 처리하는 형태이다.

일본은 기관대립형으로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집행기관으로 수장인 단체장이 있고 의회가 있다. 도·도·부·현(都道府縣) 단체장은 지사(知事)라 부르고 시·정·촌(市町村)의 단체장을 시장, 정장, 촌장이라 한다. 일본의 집행기관은 일반행정, 교육, 경찰, 선거, 감사의 기능이 각각 독자적인 집행 기능으로 분리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장 산하에 교육위원회, 공안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가 있어 소관 업무를 각각 독립적으로 담당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기관은 대통령 중심제와 입법, 행정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지방정치도 중앙정치 구조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의 권한보다는 집행부의 권한이 강한 형태이다. 이른바 강시장-약의회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의회에도 집행부를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의결권, 감사권, 조사권 등을 부여하여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가동토록 하고 있다. 비록 강시장-약의회형의 형태라고 하지만 의회가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헌을 할 것이라면 나라의 체제를 미래 사회의 세계관에 맞추어 근원적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 개정되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지방분권을 반영하여야 한다. 개헌을 통해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권력을 분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인인 국민의 주권을 강화하는 것과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국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 중심이 되고 스스로 결정권을 갖게 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체제 개편을 ‘지방분권형 개헌’이라 할 수 있다. 헌법 전문과 총강에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통일원칙에 지방분권을 포함시켜야 하며 주민자치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여야 한다. 절름발이식 지방자치가 아닌 온전한 지방자치가 실시될 수 있는 헌법적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분권이 나라의 기초가 될 때 지방자치의 발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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