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도 무르익어가는 가을이다. 이맘때면 한 해의 결실로 곳간이 풍성해진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웃과 이웃 담장도 낮아진다. 저마다 꿈꾸는 행복도 상상해 본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행복 하세요?”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의 첫 문장은 이렇게 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행복 그 자체가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권은 헌법에 명시한 것이니 국가는 보장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항꾸네 행복을 생각하고 항꾸네 행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함평군의 군정목표는 ‘풍요로운 함평, 행복한 군민’이다. 민선 5기와 6기의 군정 목표다. ‘행복한 군민’의 ‘행복’은 우리 시대의 화두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도 화두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목표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규정은 유동적이다. 저마다 의식주가 안정되면 물질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 치중해서 의미부여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행복’이 계속 성장하고 확장되게 하려면 우리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당대의 행복을 발견하고, 연구하고, 선택하고, 경험하게 해야 한다. 우리 함평은 이런 과정을 위해서 가칭 ‘행복연구소’, ‘행복포럼’ 등 설립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시대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의 척도를 우선적으로 ‘부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인사말 ‘부자 되세요’가 광고의 카피로 등장하면서 한 해를 풍미하기도 했다. 그 해 연말의 문자 메시지도 ‘부자 되세요’였다. 그 해가 지나고 사라진 유행어가 되었지만 행복의 토대를 만드는 것을 물질이 맞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없이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물질이 될 수 있지만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이 물질이 되지는 않는다. 국가별 ‘국민총생산’(GNP) 순위와 ‘국민총행복지수’(GNH) 순위는 동행하지 않는다. 부자는 다 행복한가. 가난한 사람들을 다 불행한가. 그렇지 않다. 개인의 ‘행복지수’도 물질의 소유량과 비례하지 않는다. 행복은 각자의 의미부여와 만족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행복의 의미는 지구 인구수에 비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말하면 이렇다. 행복은 만족이다. 기쁨이다. 보람이다. 인정이다. 안정이다. 무엇보다 희망이다. 행복은 이런 말들을 데리고 산다. 살아간다.

우리가 행복을 논할 때 ‘부자’와 쌍둥이로 쓰는 말이 ‘성공’이다. 격려말로 ‘성공 하세요’를 쓰기도 하지만 성공은 행복과 동의어가 아니다. 행복과 성공은 유의어 정도다. 그러나 사회적인 통념은 성공은 행복이다. 성공은 목표나 목적을 설정해 두고 그것을 이룬 것이다. 성공을 하지 못했어도 행복한 사람은 있다. 목표를 설정해 두고 거기에 대한 도전의 과정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성공이 중요하지 않다.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행복관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목표에 대한 과정을 즐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의미부여는 천차만별이다. 행복은 ‘명사’로 있을 때 보다 ‘형용사’나 ‘부사’가 되었을 때 더 빛이 난다. 더 행복하다. ‘행복한’, ‘행복스레’, ‘행복하게’ 행복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행복에 대한 담론이 어려운 것은 개인적인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내가 볼 때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데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볼 때 아주 행복할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는 체면치례가 심하다. 주변의 이목을 의식하며 자존심과 자부심이 자리를 깔고 있다. 스스로가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와 대우를 정한다. 그 수준이 되지 않으면 움츠러든다. 고개를 돌린다. 뒷말을 한다. 행복은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다. 이것이 자존이요 자부다. 일하면서 먹는 새참에서도, 온 가족이 모여서 먹는 밥상에서도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행복에는 이웃이 있다. 감사다. 나눔이다. 봉사다. 희생이다. 배려다. 이들이 행복의 행복한 이웃사촌들이다. 그래서 다시 기원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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