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진 주필

함평도 없어질 수 있다고 한다. 6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함평도 없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30년 후의 예측이다. 우리 함평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지자체 중에서 2016년 7월 기준으로 84곳이 소멸위험이 있는데 이중 전남은 17곳이나 된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한국고용정보원에 의뢰해 지난 9월에 밝힌 ‘한국의 지방소멸 위험지역 현황’이다

생각만 해도 섬뜩한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그의 저서 <지방소멸>을 내면서 인구에 회자되었으며, <지방소멸>의 분석틀을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이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활용해 분석한 개념이 ‘지방소멸위험지수’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세~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20세~39세 여성인구는 가임여성의 90% 이상이 이 연령대에 속하기에 한 사회가 20~30년 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할 수 있는 핵심지표라고 한다. 산출값이 1.0이하이면 인구쇠퇴 주의단계, 0.5이하이면 인구소멸위험단계라고 하는데 우리 함평은 0.226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함평소멸은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로 보여 진다. 그러나 믿고 싶지 않다. 앞으로 30년이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 무슨 대책이나 수가 있겠지 하면서 짐짓 외면하지만 머리가 멍하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어지럽다. 오락가락 한다.

지방이 사라진다는 것은 고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추억의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마음의 거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군단위 지자체의 쇠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산업화에 따른 젊은 인구의 도시이동, 상주인구의 고령화, 마을공동체의 붕괴 등을 보면서 ‘지방쇠락’을 막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 왔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방쇠락’에 따른 ‘지방소멸’은 오래 전에 예견했던 미래였다. 그것이 수치로 예측되니 새삼스런 것이다. 당혹스런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방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은 군단위 지자체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마을소멸’, 마을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함평의 자연마을은 거주인구의 대부분이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주거인이 없는 마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면 현재의 자연마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법정리나 행정리 수준으로 재편해서 주거마을과 주거주민의 사업이나 생산현장으로 활용할 것인가? 자연마을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이름하여 마을마다 거주하는 ‘마을후계자’라도 둘 것인가? 다시, 마을이다. 문제는 마을이다.‘마을소멸’을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로 설정하고 마을에 대한 장기적 정책 검토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

마을이나 어르신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두고 쓰는 말이 있다. 자주 들먹이는 말이 있다.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고, 마을 하나가 없어지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이 말이 그럴 듯해서 쓰는지, 그렇다고 동의해서 쓰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이 말을 쓰는 나는 지금 무참하다. 심란하다. 내 고향 함평에서도 통계적으로 보면 날마다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데도 나는 손 놓고 있다. 지금 당장 몇 개의 박물관이 사라질 위기인데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마을을 기록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해야 한다. 특히 어르신들과 면담을 통한 구술채록은 시급하다. 함평의 역사, 그 중에서도 생활사나 미시사의 온전한 서술을 위한 사료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영상기록이든, 녹음기록이든, 문자기록이든 기록해야 역사에 편입될 수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전설로 떠돈다. ‘지방소멸’을 말한다면 ‘지방기록’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았던 지방에 대한 예의다. 보은이다. ‘지방기록’을 위한 마을기록과 어르신들의 구술기록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함평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 그 가능성을 인정해야한다.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바른 대안이 나온다. 맞춤정책이 나온다. 함평인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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