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진주필

7월이 가고 8월도 벌써 중순이다. 올 여름 장마예보는 틀렸고 폭염예보는 맞았다. 비 예보는 선무당이지만 무더위 예보는 족집게였다. 지나가는 소나기도 없이 날마다 땡볕이다. 이걸 보며 일기예보가 맞다, 틀리다며 연신 부채질이다. 그러나 예보는 예보다. 자연의 변화를 인간이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자연은 과학의 데이터로 다 포섭되지 않는다. 자연은 실험실이 아니다. 통계연보가 아니다. 자연현상에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언제나 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변수가 상수가 되고 상수가 변수가 되기도 한다.

자연현상은 총론에서는 예측이 가능할 수 있으나 각론에서는 언제나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 일기예보를 지역별로 세분해서 정확도를 가해도 딱 맞는 예측은 어렵다. 하늘에다 선을 긋고, 땅에다 선을 그어 자연현상을 지역단위로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다. 하늘의 행위가 아니다. 땅의 행위가 아니다. 자연의 행위가 아니다. 인간은 뜨는 해를 가릴 수 없다. 오는 비를 막을 수 없다. 가는 구름을 잡을 수 없다.

8월이다. 입추가 지났다. 말복이 내일 모레다. 그런데도 헛간에 있던 가마솥을 걸어놓고 들쑤신다. ‘가마솥더위’란다. 찜통을 올려놓고 휘젓는다. ‘찜통더위’란다. 그러자 방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도 ‘찜질방’이란다. 요즘 날씨에 비겨 하는 말들이 그럴듯하다. 이런 일기가 계속되면 평소에 하던 일상대로 하기 어렵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기후와 별 상관없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일기에 따른 변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하루의 일과다. 물론 실외에서 일상을 영위하지 않고 건물 안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다르다. 실내에서 사무 위주의 일과를 보내는 사람은 날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업무의 특성에 따른 외형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날씨를 수용한다. 날씨에 반응한다. 우리들 일상이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문명이 혜택을 주고 있지만 냉난방처럼 지극히 제한적이다. 비오면 우산을 쓰는 것처럼 지극히 사소한 것이다.

일기는 우리의 하루를 온전하게 장악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강압하고 있다. 모든 곳에서 날씨의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하루의 일정이 변경된다. 스타일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날마다 일기예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농업 외의 사업 구상에도 이제 기후변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일기와 연관이 되는 업종일수록 기후변화에 따라 매출도 널뛰기를 한다. 일기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업종도 심리적인 면에서 상당부분 일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여 지지만 일반화해서 말하지는 않겠다.

나와 관련지어 보자면 내가 하는 음주 패턴과 스타일은 기후와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봄이 다르고 여름이 다르다. 가을이 다르고 겨울이 다르다. 화창한 날 다르고 비 오는 날 다르다. 무더운 날 다르고 눈 오는 다르다. 소주를 마시느냐 맥주를 마시느냐 하는 소소한 선택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계절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 일상이 달라진다. 의식주가 변한다. 사업도 계절에 따라 주력 업종이 달라진다. 가게의 상품 진열만 보아도 계절을 알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의 경험에 견줘보면 우리나라 사철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것 같다. 이걸 예감하는 것이 옷차림이다. 여름옷과 겨울옷은 있는 옷을 몇 바퀴 돌려 입는데, 봄옷과 가을옷은 옷장에서 나왔다가 바람 한번 쐬면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구나.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구나. 체감을 하면서도 기후변화는 국가나 기업에서 주목할 일이지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해 왔다.

사계절, 춘하추동의 차이가 아직도 뚜렷한 우리나라다. 하여 대한민국에 사는 것은 분명 삶의 호사다. 행운이다. 그런데 사철의 경계선이 기후변화로 잠식되어가는 조짐이다. 올여름을 보면 해마다 긴 무더위가 예감된다. 이젠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저마다 그리는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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