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전국의 초·중·고교 운동장 2,76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64%에 달하는 1,767곳의 학교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인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결과가 나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의 경우는 254개 학교 중에서 68%에 달하는 172개교에서, 그리고 함평군의 경우는 11개 학교 중 7군데에서 납이 검출됐다.

1급 발암물질인 납(Pb)은 장기간 노출되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축적량에 따라 피로, 두통, 면역력 저하, 탈모, 대사질환 등이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암,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하고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그 영향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해당학교들의 트랙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안전조치를 해두었다고 했지만 실제 학교 현장들을 가보면 허술한 관리와 형식적인 조치가 눈에 띄었고 어린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랙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당국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교육부와 문체부가 예산문제를 두고 그동안 서로 책임공방만 일삼아 왔는데 정작 추경예산에 우레탄 트랙 교체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아 지난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누리예산 문제로 해마다 교육부와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는 지방교육청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남도교육청은 우레탄 트랙 교체작업을 위해 TF팀을 꾸려 교육부의 지침이 하달되는 대로 예산확보 등 행정절차를 빨리 마치고 조속한 재시공을 추진키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또 문제가 된 우레탄 트랙을 무엇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방교육청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방교육청은 우레탄 트랙 철거를 진행하고 있으나 추후 어떤 재질로 대체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레탄 트랙을 대신할 수 있는 물질 중 유해성이 없는 안전물질을 선택해 교체해야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레탄과 같은 화학적 물질의 경우 사실상 완전하게 유해성이 없다고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교육청은 유해성분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흙 성분인 마사토로 전면 교체할 것을 촉구하고 실제 마사토로 교체하는 학교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 박종부 부회장은 “독일과 일본은 유해물질 검출 때문에 지난 1980년대부터 마사토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마사토를 깔기 위해서는 모래랑 섞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다시 납 검출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마사토 역시 유해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즉 이번 사태가 제품의 하자 때문인지 아니면 시공 후에 발생한 문제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2011년 기준 설치 이후 시공된 것에 대한 기준치 초과 부분에 대해선 시공업자에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부실 준공검사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샘플 검사상의 문제와 더불어 준공검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감리과정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준공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는 감리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레탄 트랙으로 4800억원의 세금이 낭비됐으나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 이런 불필요한 예산낭비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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