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무덥다. 뜨끈뜨끈하다. 그늘로만 가고 싶다. 바람을 옆에 두고 싶다. 물과 가까이 하고 싶다. 사귀고 싶다. 이런 와중에 접하는 나향욱 발언, 윤상현 최경환 현기환의 녹취록, 진경준의 주식, 우병우의 의혹. 파문, 파문들. 모깃불에 부채질한다. 냉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세상사 수상하다. 하도나 쓸쓸하다 해서 재미를 생각한다.

재미, 재미가 있어야 한다. 책은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낚시는 잡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노래는 부르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수수께끼는 푸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삶은 살아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살아가는 재미’는 살아가는 사람만큼 다양하다. 그래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이 재미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열정이다. 몰입이다. 관계다. 자신의 일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 자신의 일에 얼마나 몰입을 하느냐, 자신의 일 속에서 어떠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재미는 달라질 수 있다. 일은 땀과 친하다. 노는 것도 일이라면 땀이 난다. 어쩔 수 없어서 생업으로 하는 일이라면 재미를 찾아야 한다. 재미를 만들어야 한다. 재미를 길들여야 한다.

삶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다. 남을 위한 일인가, 자신을 위한 일인가 하는 구별은 간단하다. 남을 위한 일인 것처럼 보여도, 일을 해서 재미가 있으면 그 일은 자신을 위한 일이다. 그러나 양심에 따라 해야 자신을 위한 일이 된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초조하다. 불안하다. 자괴감이 든다. 마지못해 한다. 마음의 풍경이 이러한데 재미가 있겠는가. 이것은 관례적인 일이라며 눈을 감는다. 귀를 막는다. 입을 닫는다. 등을 다독거려도 양심은 안다. 재미없다고 한다. 재미는 마음의 울림이다. 양심의 추임새다.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본인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자. 도전하자. 도전해서 재미없으면 물러나자. 깔끔하게 물러나자. 꼭 해야 할 일은 드물다. 어디가 절단날 것처럼 보이는 일도 지나보면 별거 아니다. 살아가는 것은 도전하고, 다시 도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재미를 가지고 할 만한 일은 널려 있다. 내가 못 보고 있다. 못 찾고 있다. 고집 부리고 있을 뿐이다. 매달리지 말자. 한 곳에 목매지 말자. 물길 보고 샘을 파야한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 재미있게 살 수 있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

이 땅에는, 130여년 전만해도 노비가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마소처럼 부렸다. 한번 노비는 영원한 노비였다. 주인에게 노비는 세습되었다.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함이다. 삶의 재미를 위함이다. 운명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운명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는 것도 운명이다. 세상은 자신의 노력만큼 누릴 것을 준다. 도전하는 만큼 열린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주저한다. 주변의 시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방점을 둔다. 재미는 자발적이다. 재미는 자족적이다. 재미는 느끼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이다.

재미는 무슨 재미, “배우는 재미”로 산다고도 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논어》를 펼치면 첫대목에 나오는 문장이다. 공자는 배움의 달인이었다.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 지금까지 몰랐던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 삶의 희노애락, 사람의 인연. 이런 것들을 새롭게 알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그래서 선인들은 배움에 몰두 했는가 보다. 산자수명한 곳에 누정을 짓고 수양에 힘을 썼는가 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각기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우는 재미중에서도 자신의 전공이나 취미에 따른 배움은 유별나다. 재미있기에 몰입한다. 몰입하기에 성취한다. 재미는 행복의 이웃이다. 사촌이다. 배경이다. 다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는가?”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