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에는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조용히 깊은 감동을 주는 자랑거리가 정말 많다.

함평은 예로부터 함평천지로 불렸다. ‘함평천지 늙은몸이 ~’로 시작되는 호남가 첫머리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너른 땅을 가졌다는 뜻이리라. 너른 땅과 갯벌은 풍부한 먹거리를 품었을 것이다. 물 좋고 공기 좋은 함평천지는 농가인구 비중이 아주 높다. 그중에서도 특히 친환경 재배농가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5월8일까지 함평천지는 나비축제로 들썩였다. 나비보다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는 방문자들의 말이다. 그만큼 많이 알려졌고 함평하면 나비를 떠올린다. 그래서 함평은 친환경농업의 메카라 불린다. 과연 친환경농업군으로 불리는 함평을 나비축제가 만들었을까?

이글을 통해 필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끈기있게 친환경농업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많은 함평지역의 친환경농가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서해안을 따라 무안과 영광 사이에 자리한 함평은 쉽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덕분에 여유롭고 자연 역시 깨끗하다. 하지만 이곳 함평에서 살고 있는 농가들도 여유로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농업은 정말 힘든 직종이다. 고된 노동탓도 있겠지만 애써 지어놓은 농산물을 제값을 받기는커녕 갈아엎는 일도 허다했다. IMF가 터졌을 당시 도시민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을 주었지만 농가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나마 농촌에서 터전을 잡아가던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갔다. 하물며 친환경농업에 대한 신념을 가졌던 젊은 농가들은 어떠했을까? 함평에서 지금까지 친환경농업을 이어가는 농가들이야말로 함평의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이번호에서는 젊은 나이에 함평에 귀농하여 친환경 천문동 재배를 통해 역량을 넓혀가고 있는 “하늘땅향 송하진천문동농장 송하진, 박해량 부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개인사업을 영위하던 송하진 대표는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함평에서 노인복지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2009년 함평에 자리를 잡고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던 중 어머니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 귀농을 결심하게 된다. 천문동을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아내인 박해란씨가 큰 수술을 받고 공기 좋은 함평으로 와서 생활을 했지만 수술후에도 원기가 회복되지 않아 다시 검진을 받았더니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면 성대가 다쳐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 그녀는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고 천문동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복용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갑상선 증세는 완화됐고 원기도 회복됐다.

그때부터 송화진 대표는 친척의 농장에서 천문동 묘목을 함평으로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했다. 천문동은 조선시대 간행된 향악집성방과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르면 폐와 원기회복에 효과가 좋다고 기록됐으며 예부터 만성기관지염, 폐결핵, 천식, 감기 등 호흡기질환 치료에 쓰였다.

천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식물이다. 천문동은 天門冬이라는 한자로 하늘의 문을 열어주는 겨울의 식물이라는 의미로 섭취했을 때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져 곧 신선처럼 하늘에 오르게 한다고 전한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부지방의 바닷가에 많은데 일본과 중국에도 많이 자란다고 한다.

천문동 잎은 가시 같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줄기는 2~3미터 뻗어 나간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뿌리는 진정한 약효를 보려면 5년은 재배해야 좋은 품질을 얻게 된다. 천문동은 너무나 좋은 효능 때문인지 번식이 쉽지 않다. 씨앗발아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송화진 대표는 4년 동안 키워진 묘목을 밭에 다시 심어 재배하는 기간은 자그마치 7~8년이다. 그래서 ‘하늘땅향 송화진천문동농장’에서 취급하는 천문동은 10년 이상 된 것들이다. 천문동은 체력을 회복시켜 컨디션을 올려주는 대표적인 스테미너 약용작물로 천연항균제이자 자양 강장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관지와 폐에 좋아서 감기, 기침, 가래, 폐렴 등에 효능이 있으며 항균, 해독기능은 물론 이뇨, 자양, 강장, 항암 및 피로 회복 등의 약용으로 쓰인다.

농사를 처음 접하게 된 송화진 대표는 천문동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모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농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이 부족했던 탓이다. 2013년 함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사이버농업인, 강소농 교육 등을 통해 함평에 귀농한 농민들을 비롯한 많은 농가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몸이 허약했던 부인인 박해량씨가 천문동을 먹으면서 건강을 되찾게 되면서 2014년에 창업을 시작했다. 직접 재배한 천문동과 장생, 더덕, 도라지 등을 함께 넣어 만든 천문동 추출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천문동 뻥튀기, 천문동 젤리, 천문동 식혜 제조방업을 연구중에 있다. 처음에는 OEM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강소농영농조합 작업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천문동은 함평나비축제, 국향대전 등 함평군에서 치러지는 다양한 축제와 인터넷을 통해 홍보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송화진 대표는 2015년 6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억원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토질자체가 다른데 우리나라 천문동이 더 좋다고 해요. 그래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천문동을 많이 찾고 있어요.” 송화진 대표의 말이다.

하지만 현재 수출할 수 있는 천문동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송화진 대표는 천문동 협동조합을 만들어 천문동 재배량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으며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 세계적인 천문동 기업으로 크는 것이 목표다. 금산인삼도매센터처럼 함평지역에 천문동 재배와 도매센터를 만들어 천문동하면 함평을 떠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송화진 대표의 바램처럼 천문동이 고부가가치 함평의 대표 특산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며 귀농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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