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로 불린 바둑천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전이 인공지능의 4대 1 승리로 끝이 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인간지능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바둑 분야에서 인간이 기계에게 패배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는 입장이 있는가하면 인간의 지적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도 결국 인간이니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도 있다.

데뷔 1년 만에 유럽 바둑 챔피언과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연달아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는 지난 15일 한국기원으로부터 객원기사 자격으로 정식 프로 9단 단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번 대국을 지켜본 사람들은 각자 어떤 입장을 취하든 상관없이 적어도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달속도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놀라움을 표명했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10의 360제곱으로 ‘우주 속 원자의 수(10의 80제곱)’보다도 훨씬 더 많으며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우주에 아무리 큰 컴퓨터가 존재한들 인공지능이 모든 확률을 계산해서 바둑을 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컴퓨터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바둑에서만큼은 인공지능이 아마추어 실력을 뛰어넘는 게 힘들었던 이유다.

그래서 알파고의 이번 승리는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1997년 IBM의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가 최초로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었지만 당시 ‘딥블루’는 프로그래머들이 입력한 모든 체스 기보의 정보에 따라 경기를 진행한 것으로 엄밀히 말해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반면 알파고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해서 만들어졌다.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닮은 인공신경망은 정책망과 가치망을 작동시켜 차례대로 직관과 확률을 고려하고 거기에 기존의 몬테 카를로 트리 검색을 통해 최적의 수를 결정한다. 한마디로 말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방식을 통해 자가발전하는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이번 대국 결과를 두고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에 이은 인공지능 혁명이 제4의 기술혁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보다 더욱 똑똑해진 인공지능에 의해 의료, 법률 등 사회전문분야도 잠식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 그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업체 IBM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해 2011년부터 상용하고 있는데 왓슨의 암 진단율은 96%로 전문의보다도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국내의 한 법률회사에서 인공지능 변호사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인공지능 변호사에 수많은 판례들을 입력해서 종합판단을 내리면 인간 변호사보다 더욱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인데, 그렇잖아도 불황에 시달리는 법조계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물론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변호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인공지능 변호사가 당장 실제 사건에 투입되는 데에는 법적인 걸림돌이 있다.

빅 데이터를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이밖에도 기후변화예측, 주식시장예측, 정책결정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가파르게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인공지능이 점차 인간생활 속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구글의 자율주행 무인자동차가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는 상황이 있었고 지난 달에는 구글 본사의 인근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 중인 버스와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행법은 사람만을 헌법적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인공지능 기술발전과 기존 법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90년대 이후 연구되고 있는 것이 ‘IT법학’이다. IT법학은 정보기술발전에 대응해 법과 제도가 따라갈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 IT법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거론되는 방법 중 하나가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문제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도 법적으로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정돼 로봇도 처벌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5년 ‘윤리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로봇윤리 로드맵’을 발표해 인공지능에 대한 실용적 대응전략을 선보였다. 2014년 3월에는 로봇과 인간의 법률적 관계에 대한 법안인 ‘로봇법(RoboLaw)’을 마련하기 위해 ‘로봇 규제 가이드라인’을 도출했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차, 수술로봇, 로봇인공기관, 돌봄 로봇 등 4가지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각 국의 규제와 법, 향후 과제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한국은 IT법학 연구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현행 국내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로봇 규제법은 2008년에 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로봇법)’이 유일한데, 이 법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발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까지도 사회적 논의가 인공지능 기술발전 등 산업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SF 작가 아시모프는 1940년대 인공지능 로봇을 규제하는 ‘로봇 3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공상과학 소설 속에서나 나오던 인공지능이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세계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관련법을 점검해봐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