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한 계절음식전문 한정식당 모우정(暮雨亭). ‘저녁때 내리는 비의 주막’이란 뜻의 시적인 이름처럼 그윽한 분위기 속에 풍류를 즐기는 옛 선비의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미식가들에게는 강남의 숨어 있는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이다.

모우정은 함평 기산 출신의 김복임 사장(50)이 경영한다. 기산초등 13회로 함평여고 졸업 후 상경한 김 사장은 이후 의류계에 몸담으며 20여년간 의상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었고 현재는 경원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의상디자인과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골프부터 승마, 스키, 스쿠버다이빙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을 만큼 다재다능하고 활동적인 스포츠 매니아이기도 한 김 사장이 한정식에 입문한 것은 10여년 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고.

패션에서 익힌 감각과 섬세함을 무기로 한정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히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음식을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준비하니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늘었다. 지금껏 특별하게 식당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한 번 찾은 고객은 진가를 알아주고 단골이 되어주었던 것.

 

김 사장에게는 식당운영에 있어 두 개의 대원칙이 있다. 첫째, 식자재는 본인이 직접 구매한다는 것. 한정식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장보는 일을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장을 볼 때와 직원에게 맡겼을 때 비용부터 재료의 신선도까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는 식자재는 무조건 본인이 직접 시장에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한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원칙은 모우정이 계절음식 전문이니만큼 낙지, 홍어, 민어, 갈치, 새조개 등 계절에 따른 원재료들을 모두 산지직송으로 구입하며 냉동 식재료는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냉동상태에서뿐만 아니라 해동과정에서도 재료에 쉽게 변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정적인 맛의 차이를 가져온다. 계절에 따른 맞춤식 한정식인 모우정의 모든 요리에는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이 담겨있다. 더 부드럽고 더 쫄깃하고 더 향기롭다.

신선한 원료로 자연의 맛을 디자인한다는 경영철학이 주효했는지 별다른 방송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고 모두 단골이 되어주었다. 단골고객 중에는 정치인부터 금융인, 언론인까지 유명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이제 강남에서는 손꼽히는 맛집으로 통한다.

친한 단골 중에는 바다에서 직접 잡은 고기를 식당으로 가져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도 있다. 그 중 가장 반가운 손님은 함평향우들이라고. 김 사장은 고향사람의 식당이라고 잊지 않고 매번 찾아주는 향우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울 생활을 오래했지만 지금도 고향분들이 찾아오면 친오빠, 친언니 같고 또 친동생 같아 정말 반갑고 그래서 더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모우정의 경영자로 또 대학강단의 교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김 사장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켜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신선한 것이 최고의 맛이죠. 손님들에게 자연의 맛을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네요.” 비 내리는 밤, 강남의 숨은 맛집, 모우정에서 산해진미를 맛보는 건 얼마나 흥취 있는 일일까.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