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이 건립비 전액을 부담하고 관리를 맡을 가칭 추사박물관 건립과 관련, 추사 김정희 작품을 기증받기 위한 필요절차인 기증 사례비 조례개정이 현재 함평군의회에서 수개월째 찬성도 반대도 아닌 보류상태로 표류하고 있어 점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전남도교육청과 함평군청은 지난해 3월 추사작품 소유자로부터 추사작품 69점에 대해 기증을 약속받고 기증사례비로 35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협약을 맺었다. 작품의 가치는 전문가 6인이 감정을 맡아 평균 감정가 2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증사례비 지급을 위해서는 현재 10%로 되어 있는 사례금 지급 상한가 조례를 전국평균의 현실적인 20%대로 조정하는 개정안이 필요한데, 작년 11월에 군의회에 제출된 조례개정안은 아직도 보류상태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조례개정안이 함평군의회에 묶여 있는 사이 여러 유언비어들이 나오는 등 혼란이 지속되자 추사작품 소유자가 한때 기증철회 의사를 밝히는 등 자칫 사업이 무산될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현재 200여억원의 박물관 건립비용은 함평군이 거점고를 추진하면서 얻게 된 교육부의 인센티브로 그 사용처는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함평군에 쓰지 않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장만채 교육감은 함평군이 전국 최초로 사립학교 기부채납을 통해 거점고를 탄생시키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함평군민들의 열의와 노고를 높이 사 함평군에 재정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장 교육감은 최근 폐교되는 함평여고 부지에 추사박물관을 지을 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래 다른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역사박물관까지 함평으로 가져와 추사박물관과 함께 교육역사박물관으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2만 여점 이상의 역사유물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계획대로 추사박물관, 역사박물관, 황금박쥐 전시관, 나산의 생활유물전시관 등 통합된 교육역사박물관이 함평읍에 들어서게 되면 함평군은 명실 공히 학생체험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고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 교육감은 전남 24만명의 학생들과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뜻을 이미 피력한 바 있다.

장 교육감은 함평에 추사박물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던 전교조를 만나 설득해서 추사박물관이 함평군에 와야 할 타당성을 동의 받기도 했다. 이렇듯 전남교육청은 함평군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정작 함평군의회가 수개월째 안갯속 행보를 보여 박물관 건립이 유야무야한 상태로 표류해왔던 것이다.

물론 군의회가 의회안건들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만일 그렇더라도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군민도 납득이 갈 것이다.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그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면 자칫 집행부 길들이기나 발목잡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함평군의회는 군민의 대의기관답게 현안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눈치 볼 일이 아니라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고 그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박물관은 거점학교 통폐합으로 자리가 비게 되는 현 함평여고 부지에 들어설 계획이고 또 도교육청이 직접 운영을 맡을 예정이므로 함평군의 입장에서는 부지매입비용 42여억원을 포함해 여러 가지 비용절감효과가 발생하는 등 당장의 실익도 기대된다. 관광객 유입 등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이익과 혜택이 예상된다.

함평군은 이번 교육개편사업과 박물관 건립을 통해 모처럼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기회를 엿보게 된다. 표류상태가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결국 함평군 전체가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함평군의회가 군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평군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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