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가요 1000곡 넘어 … KBS ‘불후의 명곡’ 녹화

 

대학 때부터 광주∼서울 오가며 활동 ‘꼬두메’ 만들기도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그러나 이제는 안그래요. 나만의 비밀이 생겼어요.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전화기로 들려오는 컬러링이 익숙하다. 자연스레 따라 부른다.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나는 너 좋아’다. 최근에는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도 삽입돼 인기를 끌었다.

전화 속 주인공은 함평 출신 인기 작사가 김순곤(57)씨. 조용필의 ‘고추 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 등 1000여곡을 작사한 스타 작사가다. 서울 녹음실에서 작업중인 그와 어렵사리 전화 연결이 됐다.

함평 출신인 김 씨는 고등학교 때 이미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글 쓰는 데 발군이었다. ‘가왕’ 조용필과 인연을 맺은 건 스물 한살 때다. 당시 동양방송이 주최한 ‘고운노래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곡이 ‘고추잠자리’였다. 서울로 올라가 음악 활동을 하며 많은 노래의 가사를 썼다. 이후 광주로 내려와 음악그룹 ‘꼬두메’를 만든 게 1980년 중반이다.

“당시 전남대학교 앞 음악 다방에서 DJ를 하고 있었죠. 그곳에서 자연스레 음악하는 친구들을 만나 어울리게 됐죠. 우리도 음악 모임을 만들어보자 한 게 ‘꼬두메’였습니다. 처음에는 배경희(한보리)와 둘이서 출발했고, 이후 배창희와 문학소년이었던 여균수 등이 합류했습니다. 포크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행복한 시절을 보냈죠.”

그에게는 이름이 또 하나 있다. ‘고니(Gony)’다. 대학에서 산업미술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14년부터 컬러링 북 작가로도 활동중이다. 첫번째 컬러링 북 ‘컬러링 카페’가 3일만에 초판 매진되면서 이후 ‘요정의 숲’, ‘메모리스’, ‘컬러링 아프리카’ 등을 내놓았다. 컬러링북은 영국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 인기를 얻으면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미술 심리 치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치매 노인들의 동심을 깨워주는 방법을 궁리하다 어렸을 때 즐겁게 했던 색칠 그림책을 구상하게 됐죠. 그즈음 ‘비밀의 정원이’ 출간됐어요. 당시에는 한국 작가들이 만든 컬러링 북이 없었어요. 내가 한번 해보자 싶었죠. 국내 작가 중 연달아 4권을 펴낸 사람은 저 말고 거의 없을 거예요.”

그는 오래 전부터 북 디자이너로도 활동중이어서 책을 내는 게 낯설지만은 않다. 김 씨는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재운 작가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갖고 그가 펴낸 역사 소설 ‘정도전’, ‘사도세자’ 등을 비롯해 자기계발서 등 모두 200여권의 책을 디자인했다.

그는 이재운 작가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화려한 디자인과 소설이 어우러진 ‘보는 소설’을 펴낸 것이다. 한달 후 출간 예정인 이재운 작가의 신작 ‘가짜 이중섭’(책이 있는 마을)은 글로 읽는 것을 넘어 화려한 편집과 구성으로 ‘보는 책’을 표방한 독특한 책이다.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김 씨는 지난 21일 KBS ‘불후의 명곡’ 녹화도 마쳤다. ‘고추잠자리’, ‘인디언 인형처럼’,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곡이었던 ‘서울 이곳은’, 최유나의 ‘흔적’, 박강성의 ‘문밖에 있는 그대’, 김완선의 ‘나만의 것’ 등을 인기 가수들이 불렀다.

“오디션 프로 등이 늘어나면서 제 노래가 끊임없이 언급돼요. 며칠 전에도 ‘복면가왕’에서 ‘인디언 인형처럼’이 나오더군요. 또 젊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면서 다시 불려집니다. 핑클이 ‘인디언 인형처럼’을 리메이크 했었고 ‘응답하라 1994’ OST에서는 로이킴이 ‘서울 이곳은’을 다시 불렀죠.”

저작권료가 만만치 않겠다는 말에 그는 ‘술값과 생활비’로 다 나간다며 웃었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하지만 녹음실에서 가수들 앨범 작업하는 게 가장 중요한작업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에는 영화 ‘워낭소리’ 사진집 제작에 참여해 책자에 실린 글을 썼고,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의 아들인 트로트 가수 최명진을 데뷔시켰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한류스타 김수현의 아버지인 록밴드 ‘세븐 돌핀스’ 보컬 출신 김충훈씨의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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