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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雲)이 찬(燦)남자, 정운찬 총리 지명”
윤승병/논설위원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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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11  1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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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카드'가 나름대로 성공적 인사의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MB가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비난과 조소 등이 넘쳤던 것을 돌이켜보면 일단 이번 개각은 성공적 인사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다르니까 신선했다. ‘돌아온 장고’라는 별칭이 붙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면모를 일신했다. 입각 인사들의 전문성은 돋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국무총리 내정은 이번 개각의 백미다.

출발은 좋다고 하지만, 과연 이번 개각이 끝까지 성공적 인사로 평가될지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이거나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특히 '정운찬 총리 후보'가 MB의 핵심정책 일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만큼이나 끝도 좋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통합과 중도실용노선이 충청도 출신인 정운찬 총리후보의 이미지와 부합하기도 한다. 심지어 혹자는 이 대통령에게 정 후보는 ‘다목적용 꽃놀이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운찬은 경제학자이며 이제부터 그의 과제는 '경제학 실천'이 되어야 한다. '마담 총리' '의전 총리'나 하려면 차라리 야구 해설이 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평생을 바쳤다는 경제학으로 약자의 신음소리를 줄여나갈 방책을 내놔야 한다.

"학자는 늘 변치 않는 진리와 신념을 먹고 산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대 총장출신인 정운찬씨가 총리내정 전에는 4대강정비 사업을 반대하다가 내정 직후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섰으니, 세인들은 총리후보자를 자신의 직위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카멜레온을 비판할 만 하다. 사실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국무총리는 실질적 권한을 많이 갖고 있지 않으며, 보장된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고, 기세등등한 대통령의 ‘가신’과 ‘강경보수’로 골수까지 무장한 ‘MB맨’들을 아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중도적 자유주의를, 경제적으로 케인스주의를 견지해왔기에 ‘중도실용’ 노선의 강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이미 ‘준(準)정치인’의 행보를 걸어온 그는 어느 편에 자신의 몸을 싣는 것이 이익인지 경제학적으로 따져보았을 것이다. 그 결과 소설보다 더 소설같이 살다 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국론은 극과 극의 반전을 겪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재집권의 비전과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민주당보다 이명박 정부가 더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올인’한 것이다.

정 후보는 이제 경제학자라는 지식인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 뛰어든 사람이다. 지식인의 역할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고,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는 진리나 일관성보다는 상황파악 능력과 전략이 중요한 분야다. 따라서 이제 와서 그가 경제학자로서 하던 말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너무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운찬은 ‘강부자’ ‘부자내각’으로,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MB정부의 주홍글씨를 지우는 일이다. 끊임없이 쏟아내도 진정성을 의심받은 MB정부의 서민정책, 중도노선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다. 유감스럽게도 부자감세로 대표되는 서민과 중소기업 홀대, 4대강 살리기로 인한 왜곡된 재정운용, 지난 10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섣부른 규제완화는 MB정부의 어두운 그늘이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그가 단순히 벼슬이 탐이나 총리자리에 나아가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총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세상물정에 어둡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부인하고는 있지만, 그가 총리 자리에 나선 것은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가 대선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관심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선택은 이제부터다. 총리로서 자신의 위상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선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2007년 봄에 비하면 지금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당시 그는 러브콜(love call)에 빠졌으나 인기가 없는 열린우리당이었다. 대선후보가 되기도 쉽지 않았지만 만약 됐어도 이명박이나 박근혜에게 졌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지금쯤 민주당이란 정글에서 타잔보다는 미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총리 발탁으로 지금은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 후보로 거론된다. 만약 총리직을 인상 깊게 마치면 그에겐 여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그에겐 2007년의 좌절(불출마)이 새옹지마가 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역시 운이 좋은 것 같다.

정운찬은 운이 꽉 찼다 해서 운찬이라 했고 구름 운(雲)에 빛날 찬(燦)을 붙였다. “나의 생애는 이름 그대로 운이 가득 찼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에게 행운의 행진은 더 이상 없을지 모른다. MB가 그를 총리로 발탁한 것이 마지막 행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세인(世人)이 관심을 갖는 건 행운이 아니다. 그의 능력과 의지가 찍어내는 구체적인 성적표다. 차기 주자라는 말을 타려면 그는 마장(馬場)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입장권은 꽤 비싸다.

정운찬의 미래가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그가 제대로 소신을 지킬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 후보자가 소신을 잃고 역대 총리들처럼 무색무취의 예스맨이 된다면 모든 가능성을 잃을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을 소신껏 설득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병폐는 요리조리 기회를 보며 박쥐노릇한 배신자들이 권력과 주도권을 잡는 참으로 부당한 패러다임이었다. 이건 정말 잘못된 구조다. 따라서 한국정치, 공직, 사회, 경제도 이제 상식, 원칙이 통하는 긍정과 정의로운 패더다임으로 바뀌길 희망해본다.

두 사람은 이제 공동 운명체가 되었다. 정 후보자를 정치적 카드로나 이용하려 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실패로 끝날 것이다. 정 후보자의 소신대로 국정의 ‘밸런스’를 잡고 이를 통해 촛불 집회와 두 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표출된 작금의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나간다면 MB정부의 국정운영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운찬의 국정운영 성공은 곧 그 자신의 입신(立身)과 연결된다는 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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