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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름없는 농사꾼의 삶(4)
한 솥밥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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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8.01  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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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몇가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흔히 ‘농사를 짓는다’ 또는 ‘먹을거리를 만들어낸다(식량을 생산한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말들이 과연 맞는 말일까요?

   
  ©땅을 갈지 않고 화학비료를 하지 않아도 튼튼하가 잘자라는 벼
   
지금의 농업(농사)은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비료와 농약과 비닐과 기계 즉, 석유 에너지가 없으면 한톨의 곡식도 거둘 수 없는 틀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생명의 농업이 공업사회의 하청으로 떨어져 농부들의 혼란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삶의 고통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지요. 또한 생명의 농업이 상업에 묻어가다보니 농부들이 모두 상업사회의 농간에 놀아나 끝내는 가장 낮은 상인으로 떨어졌다면 너무 지나친 말이 될까요?

씨뿌리고 거두는 모든 것을 기계로 하고(비료, 농약 뿌리는 것까지) 그 기계를 사람이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여 사람이 농사를 짓고 먹을거리를 만들어 낸듯이 이야기 합니다.

녹색혁명이라는 말도 결국은 사람이 농사를 짓고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지요. 이 말속에 자연은 철저히 배제되고 오직 사람만 들어있지요.

   
  ©한 솥밥의 거실에는 책들로 가득하죠
   
저는 농사란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니라 천지대자연이 지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을거리(식량)또한 마찬가지겠지요. 한번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요. 하늘님, 땅님, 햇님, 달님, 별님, 바람님, 비님, 풀님, 물님, 씨앗님들의 어울림(조화)이 없다면 어떻게 농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씨 뿌리고 낫질하여 거두는 지극정성 사람의 노력까지 포함해서 농사는 자연이 지어주시는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또한 씨 뿌리는 것도 사람이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님들이 때(時)가 되면 저절로 우리를 불러서 뿌리도록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요. 참말로 신기하고 아름답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리고 없음(無)에서 있음(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연 뿐이지 어떻게 사람이 없음에서 있음을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엄밀히 보면 자연 속에서 증식(增殖)이나 증산(增産)은 있을 수 없고 오직 더하고 뺌이 없는 늘 그대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 어렵나요? 그러면 그런 이야기는 그만 드리고 어쨌든 ‘농사를 짓는다’ ‘먹을거리를 만들어 낸다’는 말속에는 이렇듯 사람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농사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와 생각이 다르시더라도 저의 이러한 농사신념을 배려하고 읽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일과 놀이를 하나로 봅니다. 일이 놀이가 되고 다시 놀이가 일이 되는 그런 농사지요. 일이 일로 가면 한없이 지겨운 노역(勞役)이 되지만 일이 놀이가 되면 신명나는 잔치가 되지요.

즉 농사자체가 신명나는 놀이요 잔치라는 말입니다. 어렸을때 소꿉장난 많이 해보았지요? 소꿉장난에 해가 저문지 모르고 ‘00아 밥 묵어라’고 어머니가 서너번 불러서야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간 추억들은 누구나 다 간직하고 있을 것 입니다.

소꿉장난 할 때의 무심무욕 삼매경, 해 저무는지 모르는 놀이판 잔치판. 저는 농사를 그렇게 보고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세 번째로 일과 놀이를 하나로 보듯이 밥과 똥도 하나로 모시고 갑니다.
밥과 똥, 똥과 밥이 하나인데, 지금사회는 밥과 똥이 철저히 나누어지고 끊어져서 밥은 밥대로 똥은 똥대로 굴러갑니다. 그것도 밥은 밥대로 뒤틀려지고 똥은 똥대로 천대받고서 말입니다.

밥과 똥이야기는 나중에 ‘밥모심’,‘똥모심’에 대해서 말씀 드릴때 따로이 자세하게 제 생각을 올리겠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쓰는 전자동 비료공장 〈몸〉에서 나오는 비료가 바로 똥, 오줌 올습니다. 그래서 저를 아시는 분들 가운데서는 저보고 ‘똥도사~ 똥도사’하고 부른답니다. 하하~

이상 세가지를 먼저 이해해 주시고 제 농사 이야기를 읽어 주신다면(들어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농사 이야기를 한다한다 하면서 이렇게 질질 끄는 것도 사실은 질질 끌어온 위 말들이 모두 다 농사 이야기요 삶 이야기 입니다.

   
  ©한 솥밥의 사랑방... 구들에 군불을 짚히면 3일을 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땅을 갈지 않는지, 왜 땅을 갈필요가 없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땅님은 사람이 갈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가고 스스로 갈아 간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땅을 갈아주면 ‘땅이 산다’ ‘살아있는 논이 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깊은 산속의 흙(땅)을 보십시요. 사람이 갈아주지 않아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해마다 거름져 가지 않던가요. 또한 사람이 심고 가꾸지 않아도 소나무는 소나무가 자랄 자리에, 참나무는 참나무가 있어야할 땅에서 잘자라지 않던가요.

물가의 식물이 산꼭대기에서 난적도 없고 뭍에서 자라는 나무가 물속에서 나는 일이 없다는 것은, 자기가 뿌리내리고 자라는 곳으로 어떤 땅이 제일 좋은가를 나무나 식물들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사실 땅(논, 밭)을 간다는 것은 옛날에는 대단한 중노동 이였으며 지금은 기계로 갈더라도 농사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입니다. 만약 땅을 갈지 않는다면 지금의 농사일은 엄청난 변화를 보일 것 입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땅을 갈까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땅을 갈게 되면 땅이 부드러워져서 물과 공기와 영양분이 잘 스며들어 농작물에게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농부는 씨뿌리기 전에 서너번의 논(밭)갈이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땅을 갈아 부드러워진 흙 속으로 물과 공기와 영양분이 잘 들어가면 농작물이 잘되어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땅을 가는 것이 제1차적인 잡초 제거 작업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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