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명성 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90개국 가운데서 40위권을 맴돌고 있고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도덕지수도 마찬가지이다. 작금의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은 비단 연예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 사회에 팽배해 있는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일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덕지수’를 높여야 되지 않을까? 모든 국민들과 사회 지도층이 근본이 바로서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필자는 감히 주장 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이상, 꿈, 목표를 성취하고자아(自我)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더불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칭찬 받고 싶은 욕구,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 이목을 집중시키고픈 욕구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욕구는 한도 끝도 없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것 같다. 사람의 욕구는 생리적 현상과 같은 낮은 차원의 욕구가 실현되고 나면 좀 더 높은 차원의 욕구를 향해 단계적으로 상승한다. 즉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상위 욕구로 점차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급속한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직업, 타인으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는 직업,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연예인들은 언제나 화려하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그들의 겉모습에 풍겨지는 화려함만이 전부일까? 그들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늘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탤런트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이번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에는 언론계, 광고계인사, 기획사 대표, 드라마 PD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이름 석자만 들어도 다 알 수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라 하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힘 있는 권력자들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는 아니지만 언론사 대표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자리이며, 공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언론사 대표들이 연예인 기획사 대표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장씨 사건 하나로만 세 명의 언론사 대표가 거론되고 있으니, 드러나지 않은 뒷거래가 얼마나 많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이번 기회에 그런 부적절한 관행들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 대표들을 접대하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장씨를 접대 자리에 내몬 기획사 대표나 접대를 받은 언론사 대표나 모두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미필적 고의죄’에 해당하는 공모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유력 일간지 대표가 누군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땅의 여론을 쥐락펴락 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이미 그 구체적인 이름이 저자거리 술좌석의 안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여배우의 인권과 사회적 윤리를 짓밟으면서 냄새나는 욕정의 찌꺼기를 내뿜고 있을 때, 자신이 만드는 신문의 지면에선 얼마나 많은 위선적 기사들이 독자들을 훈계하고 있었을까.

재벌총수의 이름이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재벌들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어디 한둘인가.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가 불식되지 않는 한 재벌가의 사람들과 여성 연예인들 간에 얽히는 추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재벌, 반기업 정서'를 탓하기 이전에 먼저 재벌들의 극심한 ’모럴 해저드‘부터 어찌 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무소불위의 포식자'들을 어떻게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인가. 예컨대 그 포식자들의 면면이 하도 어마어마한지라 경찰마저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다. 말 바꾸기와 시간끌기를 하면서 미적거리고 있다.

경찰의 늑장수사를 보다 못한 정치권이 쓴 소리를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것은 한국 사회 상류층의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면서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한국 사회 상류층의 모럴 해저드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 원대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 상류층 윤리가 (일반 시민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라디오에 출연, “장씨가 문건에서 밝힌대로 노예적 성 착취가 자행됐다면, 그 사무실이야말로 여성의 아우슈비츠(Auschwitz)”라며 “여성을 착취하는 먹이사슬의 최상층 포식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실체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막강한 돈도, 권력도, 지위도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을 수 없다. 아직도 故 장자연씨와 같은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을 다른 연예인들을 생각해보라. 장자연씨의 죽음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더러운 포식자들을 엄정한 법의 심판대에 세워라! 그 범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이름도 공개하라!

장자연씨가 죽기 직전 한 지인에게 남겼다는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일부만 옮겨보자. “근데 이렇게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회사도 아닌, 술집도 아닌 웃긴 곳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는 일이 일어났고…. 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벗으라면 벗어야 하고. 여기저기…. 새로운 옷이 바뀔 때면 난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요즘이야.” 세상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음침한 밀실에서 신문사 대표와 재벌총수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끈적거리는 눈길과 손길을 거부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한 여배우의 좌절감과 수치심, 분노를 상상해보라. 오죽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했을? ?

연예계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또다시 자살이라는 충격을 주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자살에는 이미 연예계에 팽배해 있는 "연예계의 검은 커넥션"인 술자리 접대 및 성상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개인의 자존감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종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파국으로 이끈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탤런트 故 장자연씨 자살로 인해 다시한번 한국 연예계의 어둠이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루머와 추측만 있었지 실체가 없었던 "연예계 검은 커넥션"에 대한 그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물론 연예계 비리 사건은 이번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암암리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자존감을 짓밟는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 "스폰서 문제"와 같은 그 동안 감춰져 있던 검은 커넥션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야 할 때이다. 배우들과 기획사간에 불합리한 계약 관계 또한 개선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의 성(性)을 사고파는 전근대적인 행위는 절대적으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빌어먹을 놈의 세상’이라는 말은 서민들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곧잘 하는 말이다. 더불어 세상이 상식으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한탄조로 하는 말이다. 목숨으로써 진실을 밝혀달다고 애원한 장자연의 죽음이 헛되어 돌아가서 정말 이놈의 세상이 ‘빌어먹을 세상’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 모두가 도덕적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고 확립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계기로 삼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는 도덕 불감증을 치유하여 새로운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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