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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화의 ‘바벨탑들’...그리고 ‘3월의 위기설’절대위기속 지도층 도덕성은 행방불명
윤승병/논설위원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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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25  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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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세계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난해 말 아이슬란드가 쓰러졌을 때, 한 외국언론은 "헤지펀드가 만든 신기루가 무너졌다"고 표현했었다. 꼭 맞는 비유였다. 핫머니가 밀물처럼 몰려들면서 만들었던 신기루가 핫머니의 썰물 이탈로 한 순간에 붕괴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최근엔 중동의 신화였던 두바이가 국가파산 위기에 몰리고, 아일랜드도 붕괴 직전이다. 모두가 한때 "이들을 보고 배우자"던 벤치마킹의 선구자적인 글로벌 신화들이었고 바벨탑들이었다.

동유럽, 중부유럽 할 것 없이 붕괴일보 직전이다. 자그마한 신흥국가들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서유럽도 오십보 백보로 세계 2위의 금융대국 영국이 크게 휘청대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지난 17일 TV에 나와 "서유럽이 가장 걱정이다. 그중에서도 영국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하자, 피터 만델슨 영국 산업장관이 흥분해 "내가 왜 그런 녀석이 내 나라를 비난하는 것을 들어야 하느냐"고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영국상황은 간단치 않다. 여기에다가 동부-중부 유럽이 붕괴하면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꿔준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도 동반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다.

미국도 경제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씨티 등 대형 상업은행들이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의 '좀비은행'이 됐으니 국유화밖에 없다는 주장에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해온 골수 공화당과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의장까지 동의하고 나설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실물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3월 위기설’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 현장이 또 다시 뒤숭숭하다. 지난해 ‘9월 위기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3월을 코앞에 두고 위기설로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3월 위기설의 정체는, 3월말로 회계연도가 끝나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결산을 위해 해외투자 자금을 일제히 회수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외화유동성이 압박을 받게 되리라는 시나리오다.

정부는 3월 위기설도 지난해의 9월 위기설처럼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 근거로 3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일본계 자금 규모는 10~20억달러에 불과하고 외환보유고가 2017억달러에 이르러 그만한 외화자금은 감당할 여유가 넉넉하며, 한일 간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외화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막연한 불안심리라는 것이다.

그랬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럼에도 요즘 시장은 위기 가능성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연일 출렁이고 있다. 한국에서 금융위기라 하면 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것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으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화자금이 빠져나가고 거꾸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끊겨 달러 고갈이라는 증상을 보인다. 곧 위기의 징후는 환율의 폭등으로 나타난다. 아니나 다를까, 달러 기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1450선을 넘어서면서 외환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1500원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달러 기근, 곧 환율상승 조짐은 여기저기에 도사려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실물 부문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가 금융시장 정상화”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환율불안과 외화유동성 문제다. 지금의 금융시장 불안에는 대내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해외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외화수급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지금 외화조달 사정은 지난해보다는 조금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양상이다.

지난해 9월 세계금융위기 발발 당시만 해도 상대적으로 아시아는 안전지대인양 보였다. 아시아는 제조업이 튼실한 '세계의 생산기지'였기 때문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경제수장이 "벌에 쏘이는 정도일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시아도 쑥대밭이 됐다. 미국 등 세계소비가 급감하면서 아시아의 '과잉공급'이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했다. 한국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반토막이 난 데 이어 내수급감에 따라 기업 체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금융에 충격을 주게 되고 이어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업대란도 위기의 또 하나의 징후로 꼽힌다.

계절은 비록 입춘(立春)도 지나고 우수(雨水)도 지났지만 국민들은 삼동혹한(三冬酷寒)에 떨고 있다. 백수 300만 시대, 환율 1500대 고공행진, 경제성장 -6%대, 북 대포동 2호 발사준비, NLL도발위협, 신문읽기도 겁이 나고 TV보기도 겁이 나는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대다수 세계 경제석학들은 "아직 대공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때보단 긴밀한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어 국제금융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공황은 아니나 대공황의 경계선에 서있는 상태"라고 반박한다. 각국이 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낮추고 돈을 부지런히 풀고 있으나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더 이상 쓸 수 있는 총알이 모두 소진돼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지면 그게 바로 대공황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금은 30년대보다 세계경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엉켜있어 대공황 위험성이 더욱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십 수년간 가공스런 속도로 진행된 '세계화'가 대공황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경제도 양은냄비 꼴이다. 자그마한 낭보에도 부글부글 끓다가 악재 하나만 불거져도 금방 냄비에 서리가 서린다. 유동성은 철철 넘쳐나니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부동산도 기웃거리고 증시도 기웃거린다. 한탕심리만 만연하다. 냉탕온탕도 이런 냉탕온탕이 따로 없다. 반면에 지갑이 텅텅 빈 다수는 벼랑끝에 몰려 벼랑 아래서 철렁대는 시커먼 바닷물을 내려다보고 있고 실제로 하나둘씩 툭툭 몸을 던지고 있다. 분명 대공황 전야다.

상황이 이 정도면 초비상 상황이다. 말로만 초비상 운운할 때가 아니다. 국민을 총결집시킬 수 있는 비상한 리더십이 가동돼야 한다. 한국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튼튼한 제조업기반이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도 촘촘히 깔려있다.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는다면 분명 도약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은 지금 냉소적이다. 왜냐고 물어보다면? 지금 소위 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국민들을 기망하고 우롱하기 때문에 삐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주 뚜껑에 돈이 숨어있다고 많이 마시라더니, 뒷전으론 다 빼돌리는 대국민사기를 버젖이 친다. 발각이 됐는데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없다. 터널이 무너져 내렸는데도 버젖이 내,외빈을 불러 관통식을 한다. 그러고도 거짓말 해명으로 벗어나려 할 뿐이다. 일제고사라고 치르니까 학교와 교육청까지 나서 성적 조작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는 발각되자 "업무상 실수"라고 발뺌한다. 준엄한 문책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 도덕성도 염치도 완전마비 된 식물사회다.

일각에선 도덕성이 밥먹여주냐, 반문한다. 수단방법 안가리고 나부터 살고 봐야하지 않냐는 거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도덕성이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지도층의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도덕성이야말로 사회 총결집을 가능케 하는 접착제가 되는 것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는 모래알더미일 뿐이다. 지금 상통하달, 하통상달이 모두 안된다. 위에선 "국민개조" 운운하고, 밑에선 "너나 잘 하세요"다. 완전 딴나라 언어다. 바벨탑 붕괴의 원인이 '소통되지 않는 여러 언어들'이었듯,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다.

지금 세계가 직면한 위기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가진자들의 '카지노식 한탕주의'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한몫 챙기려는 수탈적 카지노 자본주의가 범세계적 규모의 '슈퍼 버블'을 만들었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지금 가혹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세계가 공황적 위기로 요동치는 마당에 '우리만의 해법'은 따로 없다. 하지만 한가지 할 수는 있다. 소통이다. 그것도 그냥 소통이 아니라, 도덕성에 기초한 소통이다. '준법'에 앞서 '준도덕'부터 요구되는 시점이다.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회생 불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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