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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己丑) - 분열의 정치 끝내고 국민화합 이끌어야
김진/발행인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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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01  03: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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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戊子)년의 한 해가 꿈결처럼 지나가버리고, 벌써 기축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규정짓는 단어를 하나 들자면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 대통령 선거로 기대에 부풀었던 희망의 해는 연초부터 터진 숭례문 방화 전소를 시작으로 연중 분노의 나날들로 채워져 갔다. 지난 한 해를 되짚어보면 너무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던 터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BBK의 특별수사가 무혐의로 끝나자마자 대통령인수위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의 도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국가 행정개편와 공기업민영화로 분열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4월에 광우병공포를 촉발한 정부의 굴욕적인 미국소고기수입 협상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자 그에 따른 대규모의 촛불집회가 여름이 다 끝나도록 매일같이 거리에서 계속되었다. 정부여당은 국민들에게 마음 깊은 사과를 하기보다는 광우병전국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통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KBS이사에 대통령 사람을 투입하고 석연찮은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KBS사장을 강제해임하더니 YTN 사장에 대통령후보시절 언론특보로 활약했던 인물을 낙하산인사로 앉힘으로써 언론통제에 대한 의지를 다졌던 것이다. 그 결과 YTN돌발뉴스, KBS미디어포커스 등 사회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이 속속 폐방되었는데 이제 그 화살이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행하는 MBC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국가-사회적 개혁이라고 부르짖는 정책들이 하나같이 이념투쟁으로 쟁점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라이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독재를 미화,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홍보책자에서도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광복회는 국가훈장 반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해와 포용이라는 동질성보다는 이념적 차이를 강조하는 강압적 태도는 남북관계에도 심각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정부가 보수단체의 삐라살포를 방치하거나 때로는 지원함으로써 10여년 이상 공들여온 남북경협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맞서고 있어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정국이다.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4월 총선은 밑도 끝도 없는 뉴타운공약의 남발로 어지럽혀져 버렸고, 교육감 선거에도 검은 돈 의혹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쌀직불금 불법수령과 대통령친인척비리 등이 연이어 터져 나왔지만 유례없는 세계적 경제한파의 출현에 묻혀버렸다.

부동산 거품에 따른 미국 금융업계의 부도로 시작된 미국 경제침체는 20세기 초 세계대공황을 방불케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되었다. 환율폭등과 고유가로 국내의 서민경제도 초토화되었고, 재고부담으로 공장가동을 멈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차후 경기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여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85개 법안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여당이 직권상정을 요청한 85개 법안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중 상당수가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보도 진출을 위한 방송법, 사이버모욕죄, 집시법, 정부기관의 일반인 도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금산분리법 등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쟁점화된 법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건강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추진과 그에 따른 갈등과 비판의 수렴이 전제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아무런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그러하듯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막가파식의 정책과 입법추진은 사회분열만 조장할 뿐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악법으로 규정한 언론법 개정안 또한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은 모든 사안마다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면서 주문처럼 경제를 외우지만 매일같이 경제타령만 한다고 경제가 좋아질리 만무하다. 올 한해 내내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10~30%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마지막 국정보고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쏟아낸 자화자찬은 위기의식이 실종된 지도층 인사들의 심각한 정신세계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촛불시위가 최고점에 이르렀을때,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표하며 국민이 원치 않으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만 탈바꿈하여(대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은 14조원이라는 동일한 예산임.) 첫 삽을 뜨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에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집권 2년차인 내년 국정운영의 초점을 '이명박식 국가·사회 개조'로 천명했다. 쪼그라든 살림살이로 피곤함이 겹겹이 쌓인 서민들에게 무엇을 개조하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의 남발로 서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을 그만두는 게 어쩌면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새해가 밝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야당 국회의원들은 MB악법을 저지한다며 일주일째 국회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고, 국회 밖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언론노조 산하 노조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여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법안들과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언론법 등은 하루빨리 철회하고, 국회를 정상화하여 민생법안들을 처리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위정자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각오로, 지난 실정과 민심이반에 대한 근본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묻고 자성의 기회를 가질 것을 권한다. 지독한 국제경기 한파의 어려움 속에서 국가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기축년 최고의 지상과제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에 앞서 정부여당은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위정자들은 국민들을 개조한다는 계몽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결국 천심도 떠나게 되는 것이 삶의 이치다.

기축년. 큰 위기 때마다 숨은 저력을 드러내었던 우리 국민들은 소처럼 우직한 근면함으로 어려운 세계적 경제한파도 돌파해낼 것이다. 상위 1%가 아니라 99%를 위한 화해와 포용의 풍요로운 기축년 새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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