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우리경제 전망이 우울하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우리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까닭이다. 암울한 경제전망은 우리경제에 국한하는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의 공통현상이어서 경기부진이 장기화 할 가능성 마저 엿 보인다. 경제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더불어 국제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경제를 지탱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내수와 수출, 투자이다. 고용악화에 소득감소, 펀드를 포함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내수는 꽁꽁 얼어 붙은지 오래됐다. 경제여건상 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고용불안은 여전할게 뻔하고 가계부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어 소비가 언제 풀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세계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하고 금융위기 후유증이 단기간내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한 탓에 우리경제가 수출로 성장동력을 삼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 같다. 주요 국가들의 내년도 성장전망이 신통치 않아 수출은 신장보다는 오히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경제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투자확대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다.

지금 주요 국가들은 금리인하, 재정지출확대, 자유무역 촉진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다.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유보와 더불어 규제완화 등의 시장친화적인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시장안정과 투자확대, 소비촉진을 통해 빠른 시일내 경기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선택인 셈이다. 당선자 신분인데도 경기회생을 위해 단 1분도 허비할 수 없는 그에 발언에서 경제전망이 얼마나 어두운지 짐작이 간다.

주요 국가들이 경기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선다면 향후 경제전망은 희망적이다. 원달러환율 상승이 수출과 경상수지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연이은 금리인하 효과도 서서히 가시화 하고 있다. 재정확대와 감세, 그리고 유동성 지원 등 시장안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은 우리경제 회복에 탄력을 주는 정책수단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LA동포 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해 다시 정치권과 시장까지 소란스럽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 3당은 맹공을 퍼부었으며 심지어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증시관계자나 경제전문가들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힐난했다.
우선 이 대통령이 주식투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는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고 말한 것이 처음인데 당시 주식 시장은 코스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던 1300선을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도 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1000포인트를 위협하며 하락을 거듭했다.

그러자 다시 지난달 30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에서 "분명한 것은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당시 또한 코스닥 코스피 양 시장이 서킷 브레이크가 걸릴 정도로 급락장세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시장 참가자들은 패닉현상까지 보이던 중이었다. 외국인은 내다팔기 바쁘고 그렇게 쏟아진 매물은 연기금이 사들여 시장을 지탱시켰다. 그런데도 현재 코스피는 1000선이 깨졌으며 코스닥은 300선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그러자 다시 이번 발언이 나온 것이며 따라서 이번이 세 번째 주식관련 언급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된다"고 말했으면서도 또 우리 수출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을 그 자리에서 거론했다.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 수출주도형 경제국가인 우리나라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불문가지인데도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다"며 “그래서 내년이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노력해도 미국이 어렵고 유럽이 어렵고 일본이 어렵다. 전부 마이너스 성장 한다"며 "그렇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수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이번 금융위기를 '우리 생애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적 위기'라고 표현하면서도 "어느 땐가는 해결이 될 것이다. 빠른 나라는 빨리, 늦은 나라는 늦게 되겠지만 그래도 3년 이상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주식 시장에 연기금이 쏟아 부은 돈 수십조 원이 이미 허공으로 사라졌다. 연기금은 국민의 돈이며 국가는 그 국민의 돈을 관리할 책임이 있을 뿐 그 돈으로 투기를 하다가 손실을 끼치면 안 된다. 기업으로 말하면 업무상 배임이다. 그런데도 한 나라의 경영자가 이 같은 잘못된 판단을 하여 입힌 손실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숫자임에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어떤 책임도 없다. 그리고 다시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내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3년 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면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 투자실패로 자살자가 속출하고 연기금 투자 책임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대통령의 가벼운 입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손실을 입어야 할 것인가?

경기 침체로 인한 ‘불꺼진 공장 지방경제 올스톱’ ‘추락하는 실물경제’ ‘하도급 받기도, 일자리 얻기도 별따기’ ‘구조조정 신속 과감해야’ ‘구조조정 주문에 취업문 닫는 공기업’ ‘추락하는 성장동력 날개가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이 실물경제로 빠르게 확산, 내수와 수출시장이 동시에 추락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공장가동 중단이 현실화 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스런 목소리다.

소위 경제 전문가의 목소리를 빌은 우려의 소리는 언제 덮칠지 모르는 디플레 공포를 제기하면서 그야말로 공포체험이 따로 필요 없는 요즘이다. 춤을 추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식시세판을 쳐다볼 필요도 없이 언론매체에 비춰지는 작금의 경제상황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제당국과 전문기관, 정치권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큰 폭으로의 수정이 불가피한 예산안에서 부터 들쭉날쭉 하는 경제성장 전망치, 구조조정안 등 어느 것 하나 마뜩찮다.

그러는 사이 사회적 불신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제상황을 예측, 네티즌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미네르바의 예언’은 정부가 새롭게 조정하고 있는 각종 수치를 무색케 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불신의 벽을 제거할 수 있는 신뢰쌓기 보다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호도하는 일부 불순세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누가 봐도 현란한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일시적으로 상황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들먹이는 부분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지난해 이후 경제뉴스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인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만 해도 그렇다. 문제 제기 당시만 해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국내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한 켠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국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역발상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어떤가.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은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곧 바로 실물경제 추락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반성문 한장없이 넘어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의 위기를 맞게 마련이다. 다만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그 삶이 천박해 지거나 오히려 더욱 성숙해질 것인지가 결정된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릇된 신뢰를 부추기는 거짓말은 그 자체가 죄일 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더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곱씹어봤으면 한다. 또 모두가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이 거짓말에 대한 그릇된 신뢰의 결과가 아니기를 기대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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