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도는 축제 시즌이다. 어디를 가나 노래와 춤, 향토음식, 술자리가 어우러진 잔치를 만날 수 있다. 지난 주말에만 장성 백양사 축제, 구례 피아골 단풍축제, 함평·영암 국화축제, 나주 반남고분국화축제, 화순 운주문화축제, 순천 갈대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종류도 다양하다.  

은어, 전어, 멸치, 홍어, 낙지, 젓갈…. 이것도 부족해서일까. 꽃(식물)과 과일 종류도 끝이 없다. 목화, 해바라기, 연꽃, 코스모스, 국화, 무화과, 억새, 갈대, 호박, 수박….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축제는 모두 926개. 16개 광역자치단체 평균 6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광주(13)·전남(85개)에서는 98개의 축제가 열려 전국 축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기초자치단체 당 연평균 3.5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가히 '축제 공화국', '축제 남도'라 할만하다.  

물론 단순 수치로 축제의 많고 적음을 지적하는 건 문제가 있다. 축제가 많다는 건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와 역사, 전통, 자연경관 등 축제 자원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를 관광자원화 하려는 노력의 흔적도 그만큼 녹아 있다고 받아들일 만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각종 명목의 축제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의하면 1994년 287개이던 지역축제가 2004년에는 무려 1천179개로 310%나 급증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축제가 대폭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선출직인 자치단체장들이 표심(票心)을 의식, 축제 신설을 남발한 탓이 크다. 특히 별다른 '꺼리'가 없는데도 단순한 음식이나 놀이문화를 이벤트화 시키고, 그럴듯한 간판을 내걸어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열리게 만들었다.  

실제 전남지역 축제 중 소재는 유사하고, 특별한 축제 컨셉이나 아이디어 없이 공연으로 손님을 불러모으는 축제가 상당수다. 이런 축제들은 통상 동네잔치나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축제가 지역민의 혈세로 치러지고, 낭비 요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비슷하거나 실효성 없는 축제의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해야 마땅하다. 특히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 '예산을 세워 놨으니 우선 하고 보자'는 식의 축제는 지양돼야 한다.  

'축제'는 즐거움과 흥겨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전통 보존·계승이 아닌 단순한 관심끌기 위주의 축제는 고통만 안겨 줄 뿐이다.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동참할 수 있는 '축제다운 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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