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지구촌이 온통 난리다. 미국의 감기로 전 세계가 중병을 앓고 있는 격이다. 유례없는 금융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경기둔화와 신용경색이 향후 지구촌 미래를 좌우할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주가폭락, 돈줄의 막힘 현상을 야기했다. 신체의 혈관과도 같은 돈줄이 막히니 중병에 걸릴 수밖에……,

그런데 기가 막히는 것은 이 모든 공황현상을 초래한 원인이 '신뢰상실에 의한 신용경색'이라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망령을 믿은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당국, 금융당국, 시장의 조정능력을 믿지 못하고 이리로 저리로 소문에 따라 불신을 키우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서 시장의 변동폭을 키운 결과가 이 난리의 실체였다니…, 과연 이 현상을 제대로 이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화근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졌다. 국제공조와 각국의 구제 금융에도 아랑곳 없이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택가격 상승기대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는데, 실제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자 미국 연방위원회는 금리를 20여차례 올렸다.

이 바람에 대출 이자부담이 커지고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모기지업체들이 줄도산한 것이다. 모기지 업체의 도산은 이 업체의 채권을 산 다른 기업에 연쇄타격을 입혔다. 특히 자본의 수십배가 넘는 돈을 검증안된 각종 파생상품에 투기한 대형 투자은행들이 망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현 자본주의의 맹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자들이 통제가능한 것으로 맹신했던 금융 시스템이 통제 안되는 각종 파생 금융상품에 당해 버린것인데,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박을 터뜨리거나' 아니면 '쪽박을 차거나' 하는 모험·투기자본의 덩치가 너무 비대해진 것도 문제다. 작금의 사태는 이른바 '돈놀이'에 비유되는, 돈놓고 돈먹기식의 상품과 이를 취급하는 신종업종이 창궐하고 있는 현 자본주의에 대한 경종으로 보인다. 너도 나도 이런 투기에 가세해 속칭 '한방 블루스'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이기심, 즉 경제주체의 이익추구가 자본주의 발전의 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욕은 거품을 양산하게 돼 있다. 이 버블은 어느날 갑자기 걷히면서 거품에 가려 안보이던 부실들이 노출되면, 신뢰상실에 따른 막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어이가 없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뢰상실로 증폭된 것이라는 진단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경제상황은 소문과 경계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니까. 견실한 기업이라도 부도난다고 잘못된 소문이 나고, 그것을 믿는 거래선이 거래를 끊을 경우 실제로 파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의미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위(危)는 위험이고 기(機)는 기회로, 위기라는 글자속에는 이미 기회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토인비가 ! "역사적인 성공의 절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닌듯 싶다. 실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공을 이룬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소비위축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최근 소형차 판촉을 독려하며 '위기가 기회'라는 화두를 던졌다. 실제 현대차는 경차·소형차·준중형차 비중이 48.9%로, 도요타(38.5%)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아 지금같은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김상협 전 국무총리는 "위기속에 기회있고, 고뇌속에 성숙있다"고 했다. 위기의 시대에 곱씹어 볼 만한 금과옥조(金科玉條)들이다.

최근 미국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진전됨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아니면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국가간 금융위기의 전염경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간 금융위기의 전염경로는 실물경로, 금융경로, 금융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경로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실물경로는 위기발생국에 대한 실물경제면에서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말한다. 금융경로는 위기발생국과의 금융거래가 큼에 따라 금융부문을 통해 위기가 전염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전염경로는 위기발생국 투자자들의 군집행태나 패닉현상이 다른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전파되면서 금융위기가 전염되는 경로를 말한다.

민간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금융자산 운용과 관련해서는 '공포'와 '탐욕'에 흔들리지 말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 기업인들은 글로벌 위기 이면에 감춰져 있는 긍정적 요소를 눈여겨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의 원화 약세와 중국 위안화 강세 등으로 섬유 등 지역 주력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최근 외화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을 늦추게 할 가능성이 커 지역 협력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멜라민 사태는 중국 제품의 품질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역 기업이 반사이익(反射利益)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한편 미국정부가 투자은행들의 부실 규모도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상황에서 7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86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구제금융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 같다. 주택가격 하락과 경기침체 등 위기를 부른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당국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9월 금융위기설'도 기우(杞憂)로 판명됐지만, 정부당국의 말을 믿지 못한 불신에서 증폭됐다. 상호간 신뢰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본주의의 맹점이 뭔지 절감하게 한 사태였다. 끝으로 이명박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솔로몬의 지혜를 갖고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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