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광주 전남 주요 당직자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지역 위원장들이 모인 술자리 언쟁이 주먹다짐으로 까지 번져 경찰의 조사를 받는 수치스런 사태가 발생한지 며칠도 안 돼 이번에는 지난 총선에 나섰던 전남지역 예비후보가 관련된 거액의 취업 사기혐의가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터졌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역 정가의 빈약한 인재 풀을 새삼 돌이키게 만든 사태이기도 하다. 중앙당도 최근 잇따라 터진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당직자들의 심기일전이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 십년 동안 한나라당의 이 지역 당직자들은 동정론이 일 정도로 갖은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국민의 정부 이전 정권에서도 이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독재정권의 후예라는 이미지가 쉽게 불식되지 않아 이 지역에서만큼은 여당이면서도 실제로는 야당의 멍에를 짊어지고 정치생활을 해야 했다.

민주당이 터줏대감 지위를 누려온 지난 세월 동안 이들이 겪은 고초는 말로 헤아릴 수 없다. 선거에 나서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친들 한자리 수 지지율을 넘기지 못했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표를 안주는데 뭘 해주느냐’는 정권의 홀대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이 지역 특유의 정치성향 때문에 표는 주지 않았지만 지역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공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지난 대선, 총선을 거치며 작은 변화가 눈에 띄기도 했다.

어떤 후보는 두 자리 수 지지율을 얻기도 했던 것이다.

MB정권이 들어서며 이들 당직자들의 처지는 누가 뭐래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의 지역 정치 책임자의 신분에 놓인 까닭이다. 일부 고위 당직자들의 경우 청와대나 중앙당 요직 혹은 정부 주요 기관에 터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탓 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정권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지역민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위치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사태들은 지역민들의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좀 극언을 하자면 ‘한나라당은 역시 안 돼’와 같은 냉소가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신분이 바뀌니 정신을 못 차린다는 쓴 소리들이 나돌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정당이 지역에서 지나치게 왜소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또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기에 한마디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한나라당 지역 주요 당직자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뼛속깊이 각성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가장 큰 교두보가 그들 자신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인식 아래 지역사회를 둘러보면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결정됐지만 신정부 들어 흐지부지 될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국책들도 챙겨야 할 것이며, 새로운 정부 사업에 지역 현안들을 적극 채워 넣는 역할도 상당 부분 자신들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 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남해안 선벨트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도 할 일이 적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일은 하지 않고 딴청만 피운다면 억울하다 싶을지는 모르지만 지역민들의 지난 냉대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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