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올림픽 출전 사상 최다인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며 종합순위 7위, 경이적인 기록으로 베이징 밤하늘에 ‘위대한 스포츠 코리아’ 함성이 울려퍼졌다. 23일 밤 일본과의 준결승전이 치러지는 가운데 스코어는 3-2, 9회말 원 아웃에 만루베이스, 구심(球審)의 스트라이크 판정 탓에 닥쳐온 위기, 그러나 ‘딱’하는 파열음과 함께 타구가 유격수 박진만 앞으로 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진만-고영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손에 땀을 쥐었던 경기가 끝! 나자 우커송야구장에 태극 물결이 넘실댔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됐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야구에 대한 얘기로 밤이 깊어가는 것도 잊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대화가 부족해 서먹 서먹했던 사람들도 야구 이야기로 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 고물가, 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단하게 살아 온 서민들도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함성 소리에 담아냈다.

결승전에서 만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꺾고 사상 첫 야구 금메달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은 마운드로 달려나와 어깨를 잡고 환희의 찬가를 불렀다. 국내도 열광했다. 아파트단지, 맥주집, 거리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퍼펙트한 9전9승, 참으로 대단한 기록이다. 더 더욱 통쾌하고 기분좋은 건 쪽바리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국민들의 크나 큰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태권도! 한국의 국기(國技) 태권도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종가의 명예를 빛냈다.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출전, 네 체급 모두 금메달을 쓸어 담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임수정·손태진·황경선에 이어 차동민이 남자 80㎏이상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태권도 역사상 경사가 겹쳐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80㎏이상급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동아대 교수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장외 금메달’을 획득, 한국 태권도는 베이징에서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여자핸드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헝가리를 33대28, 5점 차로 꺾으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다시 연출했다. 이틀 전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에서 종료 직전 석연찮은 득점을 허용해 28대 29로 분패했던 한국은 실망이 컸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며 금메달 만큼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36세의 최고참 플레이메이커 오성옥은 실컷 울었지만 “후배들에게 큰 절을 하고 싶다”고 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국민들도 “오심 판정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열심히 뛰어준 당신들은 진정한 챔피언이다” “금메달보다 더욱 값진 동메달이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핸드볼 영웅”이라고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올림픽 개막 이튿날 국민에게 첫 금메달을 선사한 유도의 한판승 사나이 최민호는 얼마나 멋 있었나. 세계 최고의 유도왕에 등극한 건장한 청년은 매트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시상대에 올라서서도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 뼈 아픈 부상을 감추고 출전, 최후의 승자가 되기까지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었을까. 뜨거운 눈물에 가슴을 데인 국민들도 함께 소리 죽여 울었다.

한국 수영 올림픽 도전 44년 만에 자유형 400m에서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박태환은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만 잠시 엄숙한 표정을 지었을 뿐 우승 확정 순간부터 시상식을 마치고 퇴장할 때까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미소는 이틀 뒤 200m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도 자유형 1천500m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을 때도 계속됐다. 금메달을 따냈을 땐 고생스러웠던 훈련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뤘다는 기쁨을 눈물보다는 웃음으로 표현하고, 실패했을 때도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 속에 미소를 짓는 신세대의 전형을 보여주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세계를 들어 올린 ‘여자 헤라클라스’ 장미란! 여자 역도 최중량급(+75㎏)에서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장미란은 금메달 말고도 세계 신기록을 5개나 세워 ‘장미란의 독주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장미란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하늘이 주는 메달이다. 이것이 내게 주어져서 벅차고 기쁘다”며 아울러 "神의 은총이 있었기에" 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궁(神弓)의 경지를 과시한 주현정·윤옥희·박성현 ‘미녀 삼궁사’와 박경모·임동현·이창환 ‘주몽의 후예들’, 환상의 커플 밴드민턴 혼합복식 이효정·이용대, 사격의 진종오, 남자 역도(77㎏) 사재혁이 거머쥔 금메달은 또 얼마나 보배로운가. 마라톤 경기에서 28위로 완주한 이봉주의 근성은 또 얼마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가. 능름한 태극전사들의 선전에 다시한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중국 베이징에서 어울어진 각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전 세계에 울려퍼지는 걸 보고 국민들은 하나같이 '대~한 민국, 짝짝짝 짝'을 합창했다. 한편 우리 젊은 선수들은 金·銀·銅, 노(NO)메달들을 향해 불굴의 투지를 보여 전 세계 만방에 ‘코리아 스포츠 강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지구촌 축제 베이징올림픽은 끝나고 스포츠의 영웅들이 개선했다. 중국 대륙에서 일본을 젖히고 아시아 2위, 종합순위 7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당당히 ‘코리아 스포츠’를 세계 만방에 빛낸 한국선수단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태극전사들이여! 자랑스럽다! 대단하다! 코리아스포츠! 정말 위대하다!
스포츠의 각본없는 감동의 드라마는 서서히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돌아올 일상생활이 두렵다. 또 다시 정치권은 서로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지…. 국민들의 고단한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권의 싸움판을 또 다시 지켜보려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며 울렁 울렁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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