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라는 ‘초대형 극단’이 82일만에 가까스로 여·야 3당 원내 대표간의 기나긴 마라톤 협상 끝에 18대 국회 원(院)구성에 합의하면서 ‘관객없는 생쇼’를 연출해 마침내 국회파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토록 장기간 식물국회, 불임국회 정국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하나 처리하자고 석달 가까이 허송세월한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 할 뿐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협상능력으로 18대 국회가 과연국정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이 태산같다.

지난 4·9 총선에서 299명의 ‘국회단원’을 직접 선출한 관객들은 국민을 위해 ‘아름다운 선율’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82일동안 여·야 3당간에 복잡한 이해 관계가 꼬이면서 치고 받고 싸움질만 거듭하는 등 ‘생쇼’를 벌여왔다.

‘하모니’를 통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했던 관객들은 “비싼 관람료만 내고 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나라경제가 추락하고,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국회 극단’은 비싼 관람료만 잡아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아울러 여·야 국회의원들은 82일간의 ‘생쇼’를 벌이면서도 끄떡없는 생존법은 무엇이었을까? 그렇다. 놀고 먹어도 때 되면 나오는 봉급, “든든한 국민혈세가 있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든다.

18대 국회는 구성 단계에서부터 연주기술이 전혀 없으면서도 거액으로 구입한 ‘비례대표 자격증’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초반부터 불협화음을 예고했다. 관객들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한 국회는 쇠고기국조특위를 비롯해 6개 특위에 단원을 배치시켜 일하는 국회로 포장하는데 만 급급했고, 이 마저도 수박 겉 핥기식 연주로 관객들로부터 외면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한나라와 민주 등 양대 극단은 5월30일 개원 직후부터 원구성의 흥행무드는 커녕,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맞물린 촛불흥행에 밀려 무력감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와의 협연 과정에서 불거진 ‘쇠고기 스캔들’에 대해서도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며 정면 충돌했다.

여기에 또 18대 국회 상임위 배분 방식을 놓고도 과거 방식의 ‘뽕짝’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법제사법위의 기능을 일부 제한하는 ‘세레나데’로 할 것이냐는 등 ‘장르’선택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국회극단’과 ‘여야단원’들에게 식상해 하면서 관객들은 더 이상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양치기 국회’라고 코웃음치고 있다는 걸 그대들은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듯이 핑퐁처럼 라켓이 치는 대로 왔다 갔다 해서는 금메달을 딸 수 없다. 기회가 닥치면 강한 스매싱으로 상대를 아웃시켜야 한다. 책임은 여당이 지는 법이다. 국민들은 지쳤다. 산더미처럼 쌓인 입법현안과 민원을 처리하려면 하루가 급하다. 꼬박꼬박 세비는 타먹으면서 하루도 일은 하지 않았으니 오죽하면 전직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윽박질렀겠는가? 말이다.

올림픽 선수는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국민의 환호를 받는다. 4년 동안 불철주야(不撤晝夜) 오직 승리를 위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똑같은 4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고 하면 원성과 비판만 받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들에겐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책무가 있다.

이를 저버리고 오직 당리당략에 매달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벌게져 있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의 할 바를 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는 그대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지각 국회인 만큼 처절한 반성을 통해 본연의 의정(議政)에 매진해야 마땅하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방치됐던 민생법안 심의를 비롯해 한미 FTA 비준, 9월 정기국회 준비 등 밤을 새워 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해도 588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민생관련 법안만 90건이 넘는다. 지금 이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한번쯤 생각이나 해 봤는지 묻고 싶다.

경기침체로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18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 살리기여야 하는 이유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 소비, 고용동향 등 우리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국내 30대 재벌 그룹들은 연초 밝혔던 투자 및 고용확충 계획을 접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놀고 있는 청년백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곳곳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추경예산 편성안을 서둘러 처리해 서민생계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고유가와 부동산관련 대책도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상당수 지방건설업체들은 부도 일보직전이다. 지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으로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때 처방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로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는 것 역시 국회의 몫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독도, 이어도 영유권 문제도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자면 소모적 논쟁을 접고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쟁만 일삼는 국회에 국민들은 이미 신물이 났다. 비온 뒤 땅이 굳듯 이제부터라도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조성해 작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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