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은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남다르게 절친한 우방인 듯싶다가도 때로는 정나미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까닭이다. 좀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면 다소 과분한 관계를 기대하는 한국인 특유의 기질 탓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가깝고도 먼 우방이다.

타국과의 외교관계라는 게 다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 독도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미 쇠고기 수입 사태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끝에 터진 일이어서 더욱 부아가 솟는다. 어렵싸리 쇠고기 내줬는데, 독도는 나 몰라라? 하는 서운함이 치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더구나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 지정구역’으로 규정해 간 과정 자체가 영 심기를 건드린다. 독도 영유권 분쟁이 한 일 간의 심각한 외교적 사안임을 모르는 바도 아닐 터인데 우리 측과 전혀 사전 상의조차 없었다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급박하게 결정이 도출된 점도 의아스럽다 못해 불쾌하다.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 표기하겠다는 방침 발표에 따라 불거진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 분쟁이 발발한지 며칠도 되지 않은 시점에 주권 미 지정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미국은 중간자적 역할에 머물러 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어 얄미운 생각이 들 정도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미관계는 최소한 대외적으로 혈맹이라는 호칭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설정 수위는 정권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니 한미관계가 우리의 국정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MB정권이 출범 할 때만 해도 여권은 참여정부 때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국책의 주요 아젠더로 내세웠을 정도다.

물론 미국이 늘 이 같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했던 것은 아니다. 민주화 투쟁으로 점철된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미국은 군부독재 정권을 옹호해왔던 전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혈맹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오래도록 한국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거부해오기도 했다. 국방비 절약을 위한 무기 수입국 다변화 정책이 늘 관건이 돼 왔지만, 우리 정부는 늘 미국의 전 방위적인 강력한 로비를 거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미국은 대한 무기 수출국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또한 월남전을 비롯해 최근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해외 파병 주문을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

할 말을 하자면 우리 또한 그렇게 쌓여있는 게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독도 문제만큼은 침묵할 수 없다. 민족의 자존심인 국가의 영토주권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휴가 중에 독도문제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 또한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실용외교를 중요시하는 이 대통령 스타일에 어울리진 않지만 당연한 반응이다. 캠프 데이비드에 가서 부시에게 미 쇠고기 개방을 선물로 주고 왔다는 야당의 비판을 감수하고 있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 배신감마저 느꼈을 게 틀림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어서 개선이 쉽진 않겠지만 이번 일만은 미국에 당당히 요구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한다. 내 땅을 내 땅이라 인정해주지 않는 이웃과 어떻게 우방이라는 담벼락을 맞대고 살 수 있겠는가.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