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간의 정치공방이 2회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청와대 정부 기록물 유출사건과 관련해 전임 노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 등 갈등이 깊어지더니 이번엔 미 쇠고기 수입개방 책임론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2회전에서도 선방은 신 권력이 날렸다.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해 11월에 있었던 총리 주재 관계 장관 회의에서 월령 제한 없는 미 쇠고기 수입 원칙에 합의했다는 ‘설거지론’을 펴면서 노 정권을 향해 먼저 창을 겨눈 것이다.

이에 발끈하며 구 권력을 대표해 방패를 들고 나선 장수는 민주당의 송민순 의원이다.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의원은 당시 그 같은 내용의 정책입안 자료가 보고되긴 했으나 당시 노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하지 않는 걸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겠냐”며 단호히 거부했다는 주장을 폈다. 또 송의원은 더 나아가 미 쇠고기 수입이라는 값비싼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를 치르고 할 말이 없으니까 딴청을 피우고 있다고 칼까지 빼들었다.

물론 지금으로선 양측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신 권력도 총리 주재 회의록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고 구 권력 또한 당시 미 쇠고기 수입문제의 주무 장관에 다를 바 없는 전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노 대통령의 어록을 들이대며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팩트에 상관없이 정서적으로 접근을 해본다면 신권력의 설거지론이 더 옹색해 보인다.

우선 미 쇠고기 수입결정 과정에서 전임 정권의 사전 합의설이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전혀 거론되지 않은 까닭이다. 자신 있게 정책결정을 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니까 슬그머니 전임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초기에는 국민에게 값싼 쇠고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를 펴더니 지금에 와서는 전임 정권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는 불가피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들을 두고 볼 때 만에 하나 미 쇠고기 수입이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면, 그때도 과연 이를 신 정권이 구 정권의 공으로 돌렸을까 하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잘하면 네 탓이요, 못하면 남의 탓이라는 세태어가 문득 돌이켜진다.

신 정권이 구 권력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시점에도 의혹이 인다. 쇠고기 촛불 집회가 극에 달했을 때 불쑥 청와대 자료유출 공방을 시작하더니, 물가상승에 따른 민심 악화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또 불쑥 쇠고기 수입 설거지 론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여론의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리는 한편 반 노무현 정서의 친 여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략에 의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다 차지하고 신 권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는 말도 분분하다. 물가고에 따른 민생파탄 기미, 총격사건으로 꼬인 남북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 등 국내외에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판에 구 정권과 그런 시비를 벌일 여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여권은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10년 동안 너무 놀기만 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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