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언론이 모두 지적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솔직히 운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미 쇠고기 파문에, 고유가에, 금강산 민간인 피격 사건에, 독도 문제에 등등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그 어느 정권도 집권 초기에 이렇듯 난제가 겹겹이 쌓인 적은 없었다.

숨 쉴 틈 없이 격랑이 밀려들다 보니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을 게 당연하다. 집권에 나서면서 구상했던 정책도 펴낼 겨를이 없고, 또 안정 기조 속에서 난제들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 낼 짬도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론의 파고에 그저 밀려가는 느낌을 안겨줄 뿐이어서 정권의 모양새가 영 마뜩찮다.

그러나 임상으로 드러난 MB정권의 현기증을 보다 근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조급함에 있다고 분석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쇠고기 수입개방을 미 방문에 맞춰 국민과의 소통을 생략한 채 다급하게 의제 설정한 측면도 그렇고, 촛불이 다소 시들해보이자 숙였던 고개를 어느새 치켜들고 강성발언을 하기 시작한 측면도 그렇고, 남북대화 문제를 갑자기 끄집어냈다가 금강산 총격사건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은 사례도 그렇다.

이 뿐만 아니다. 집권 첫 청와대 참모진을 조각하면서 성과주의에만 함몰돼 도덕성이 결여되고 정무 감각이 전혀 부재한 상아탑 팀을 꾸렸다가 잦은 실수에 따른 여론의 호된 반발에 밀려 대폭 교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점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도 똑같은 운명을 맞았음에 다를 바 없다.

성장 드라이브를 조기에 발진시키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처한 것도 똑같은 이치다.

만일 이 같은 조급함을 버리지 못한다면 MB정권은 향후에도 연거푸 그런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MB정권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곰곰 살펴보면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동일한 폐해가 거듭됐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정권이 끝난 후에도 후풍에 시달려야 했고, 노 정권에서는 수도이전과 같은 개혁조치를 강력 추진하다 정권의 기반을 잃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내세운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가시적이고도 신속한 성과만을 겨냥해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과정을 지루하게 여기면서 정책의 연착륙에 실패한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근래의 정권들은 왜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여러 분석들이 존재하겠지만 필자는 ‘5년 단임제’가 만든 ‘조급함’이 가장 큰 원인이라 주장하고 싶다.

세계사를 되돌아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치적에 대한 공명심(功名心)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이 같은 캐릭터 때문에 집권 당시의 치적 쌓기에 초조하게 매달리다 보니 그 같은 폐해가 매 정권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5년의 임기에 목매다는 단임제가 국정운영에 자칫 큰 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면 4년 중임제 개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일찌감치 국민 대 토론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사실 5년 단임제는 전· 노로 대변되는 신군부 쿠데타 세력의 양대 권력핵심 그룹, 또 3김으로 일컬어지는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로테이션’ 욕망에서 비롯된 기형적인 구조라 지적할 수도 있다.

개헌이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필요하다면 빠를수록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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