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호재 주필
MB 정부가 외교난제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강산 총격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도 찾기 전에 또 독도문제가 터져 곤혹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겹겹이 험한 파도가 덮친 꼴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다 답답할 지경이니 정부 당국의 고뇌야 말할 나위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독도문제는 일본의 관행적인 도발이라고 보기에는 전례 없이 심각해 보인다. 잊어버릴만하면 한 번씩 망언을 거듭해 온 지난 사례에서와 같이 치고 빠지는 수법이 아니라 일본 총리가 교과서 해설서에 자신들의 땅이라고 공식 표기를 한다는 결정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정도 수위의 발표라면 협상의 여지조차가 남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본 내각의 각료 누군가가 나서서 사과할 수준의 일도 아니고, 우리 정부 또한 물밑 대회에 나설 빌미도 없다. 독도문제와 관련해 드디어 막장에 왔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번 독도문제와 관련해 일본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MB를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지난 9일 홋카이도 G8확대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독도 영유권 교과서 해설서 표기방침을 언급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요미우리 보도의 요지다.

요미우리 뉴스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상대국의 총리가 대한민국의 영토주권 침해를 밝혔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수반과의 정상회담 자리만 아니다 면 멱살을 쥐어도 백번은 더 쥘 수 있는 도발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청와대는 즉각 요미우리 보도가 터무니없는 오보라고 밝혔다. 국민들도 그렇게 믿을 것이다. 만일 요미우리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면 너무도 터무니없는 해프닝인 까닭이다.

그러나 비단 이 문제를 떠나서라도 MB의 대 외국 행보는 걱정스런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를 만나 돌연 미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사례, 청와대에서 금강산 민간인 총격사건을 보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후 국회에 나가 아무런 내색 없이 남북대화를 촉구한 사례 등은 솔직히 국민 상식을 넘어선 행보라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MB의 대처는 모호한 측면이 많다. 요미우리 보도가 오보라 할지라도 MB는 이미 어떤 식으로든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선 독고 영유권 교과서 해설서 표기방침을 인지했음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영토주권을 훼손하는 그렇게 심각한 정보가 인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며칠 동안 MB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 입장에선 문득 독도사태가 터진 셈이다.

냉철한 것인지,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무심한 것인지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금 MB정부의 외교노선에 혼돈스러워하고 있다. 국민 자존심을 구기는 이런 일들을 ‘실용주의’라 표방된 MB 노믹스와 연결시키기에는 납득이 안 되는 측면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MB는 대한민국 CEO가 될 것임을 늘 자랑스럽게 자처해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실용이라는 MB철학이 영토주권과 같은 대한민국 브랜드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면, ‘실용의 위기’라는 세간의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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