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유출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노 전 대통령측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기록물'(전자문서) 유출을 둘러싸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지가 벌써 100여일째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어렵고 더위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기록물 유출을 둘러싼 신·구 정부의 정치 공세와 감정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무덥기만 하다.

연일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급기야 노 전대통령측이 이른바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해 청와대 시스템을 그대로 봉하마을로 옮겼다는 소리 까지 나오고 있어, 전·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 간에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을 놓고 최근의 공방을 보노라면 새삼 자질과 품격이 문제라는 참담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와같은 말싸움들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진실을 밝혀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측은 무엇 때문에 청와대 자료를 가지고 나갔는지 밝혀야 하는데 자서전을 집필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이유는 설득력이 약하다.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통신망인 'e지원' 서버 한 대를 갖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재직 중에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스스로 위반한 셈이다.

국가기록물을 불법 유출했다는 공방에 휩싸인 노 전 대통령의 반응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지난해 4월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은 국가 소유이며, 무단 유출은 불법이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에 생산한 기록물을 열람하려는 경우 국가기록원장은 열람 편의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문제는 이 법률에 열람권 실현 절차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를 보완할 시행령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 집필이나 자료의 접근성 등을 이유로 서버를 사저로 가져갔다는 설명은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된 기록물은 국가 소유인 데다 보관 역시 국가가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현 청와대 역시 전 정권이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국정에 참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한 명분이다.

사건 초기에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측이 새 정부에 넘긴 것은 중요도가 낮은 자료에 불과하고 북핵문서, 인사파일, 자료목록과 같은 국가기밀 자료는 몽땅 반출해 갔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측은 모든 자료는 국가기록원과 청와대에 넘겨주었고 필요한 자료는 복사해서 사본을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초기에는 문건 유출 여부와 그 내용, 적법성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진실이 밝혀져 날선 공방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 자료유출 논란을 둘러싸고 신·구 청와대가 극한적인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사태는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구 정부의 기세 싸움으로 확대된 느낌이다. 그들의 감정만 중요? 構?국민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가뜩이나 폭염으로 덥고 짜증스런 기상청의 마른장마 오보,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는 고유가에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고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부당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는 전・현 정부에 염증을 느끼다 못해 폭발직전의 국민들의 민생경제는 뒷전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필자가 감히 충언 하고져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는 법’이니 정신들 똑바로 차리시어 ‘천심은 민심이다’를 거스르지 말고 국민들을 받들고 섬기면서 솔선수범을 보여 어려운 난국을 국민들과 함께 고통분담하여 ‘민생고’ 해결에 앞장 서 줄 것을 충정어린 마음으로 간곡히 직언 한다.”

노 전 대통령이 'e지원' 서버 한 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저에 보관 중인 'e지원' 서버와 관련 문건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필요한 자료는 법에 따라 열람하거나 복사본을 전달 받으면 된다.

청와대도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나 서버와 문서 회수 절차를 국가기록원에 맡기는 것이 맞다. 국가기밀 유출을 두고 서로 다투다 사법기관으로 공이 넘어가는 것은 국가 안보와 체면을 생각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구 정권의 정치적 공방에 국격(國格)이 훼손되거나 국가 안보가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측은 보유 문건 내용이 극히 사적인 메모나 기록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핵 상황 등 국가 안보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놓아둘 자료들이 아니다. 이런 것을 자신이 퇴임하면서 가지고 가도 된다면 결국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법을 어기는 직무유기에 해당 된 것이다.

전·현 정권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성숙한 정권 이양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왕의 통치사료를 모범적으로 관리해 온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추상같은 역사철학을 가진 사관들이 항시 왕의 곁에 붙어 다니면서 국정에 관한 논의에서 사사로운 일까지 낱낱이 기록했다. 그 사초(史草)를 춘추관 서고에 엄중히 보관했다가 왕이 죽은 후 실록을 편찬했다. 사초는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다. 선왕의 업적을 부풀리고 치부를 가릴 수가 있다는 이유로 왕에게도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다.

1997년 조선 왕조실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그런 칼같은 역사인식으로 편찬된 공명정대한 사서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같은 나라에도 실록이 있지만 유일하게 조선 왕조실록만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우리나라 기록물 관리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만큼 중립을 지키고 객관성을 가지려고 했던 것이다.
대외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번 청와대 기록물 유출을 놓고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않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자칫 신·구정권의 싸움으로 변질되면 그것이야 말로 해외토픽에나 나올 일이라는 것을 양측은 깊이 깨달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하든 예의와 상식에 입각해 해법을 모색하되 노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오기부리지 말고 자료를 반납하는 게 옳다. 이것마저 ‘법대로 하라’고 시위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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