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전환용으로 관심을 모았던 정부 개각이 중폭도 아닌, 소폭에 그쳤다.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3개 부처 장관 교체에 그칠 개각 같으면 뭘 그리 시간을 끌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B정권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싶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미 쇠고기 수입 파문에 따른 촛불집회가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종교계, 사회단체들까지 나서면서 범국민적 집회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와중에 오일쇼크에 따른 고물가, 경기침체 국면에 맞물려 민생은 그야말로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여권의 권력 중추들이 나서서 국민 앞에 머리를 깊숙이 조아리지 않았는가. 이 대통령 또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깊은 성찰을 표명하기도 했다.

소폭 개각에 그친 저의가 또한 괘씸하다. 촛불시위가 극에 달하며 정권의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 칠 때는 대통령만 빼놓고 다 교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악화된 여론이 고비를 넘은 듯싶으니까 어물쩍 3개 부처 수장 교체로 생색을 낸 꼴이다. 청와대도 애초에 총리를 포함한 중폭 개각을 구상하다가 최근 정국이 안정세로 돌았다는 판단에서 소폭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히고 있는 판이다.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정권의 냄비근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백보 양보를 하더라도 경제팀을 그대로 가져간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두바이 발 오일쇼크가 눈앞에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비는커녕 오히려 높은 환율정책을 써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분명한데도 강만수 장관을 껴안았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경제팀의 무능을 지적하며 교체를 요구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국민들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엊그제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한 것처럼, 정부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번번이 호소해야 할 상황이다. 경제난 심화에 책임을 져야 할 무능한 경제팀을 그대로 존속시킨 채 어떻게 국민들을 향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국론 분열에 따른 여야 갈등이 첨예화돼 야당은 지금 등원조차 하지 않은 정국이다. 다수 야당인 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등원협상에 착수할 시점에 ‘최소한 경제라인은 교체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했으니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설령 야당이 국회에 들어간 들 인사청문회가 순조로울 리 만무하다. 여야 간 대치정국이 더욱 지속될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한마디로 민심 전환의 효과가 의심스러워진 개각이다. 야당의 요구와 미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악화된 여론을 묵살해도 될 만큼 정국 변화가 이뤄졌다고 보는 MB정권의 뚝심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권력 주변부 사람을 지키는 것이 정권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자가당착적이며 잘못된 것인지는 이미 지난 정권들에서 익히 지켜본 바다. MB정권이 그러나 또 다시 이 전철을 밟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권을 돌려받기 위해 10년을 노심초사하며 수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인고의 결실을 얻은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권 창출 이후에는 그 누구보다 민심이 동반자가 됐을 때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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