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률에 규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다른 국가들에 비교했을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다소 과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전직 대통령은 매월 1,600만원에 상당하는 종신제 연금을 받는다. 퇴임 후 7년까지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 서비스를 받으며, 그 후에는 해당지역 경찰이 경호를 영구적으로 책임진다.

비서관을 3인 고용할 수 있으며, 교통· 통신혜택을 포함한 사무실 운영을 제공받는다. 배우자를 포함해 국공립 및 민간의료기관 의료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며, 본인이 원할 경우 국가가 기념사업도 지원할 수 있다.

만만한 예우가 아니다.

그 예우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곧잘 제기되곤 한다. 일반 국민들은 40년 이상 국민연금을 넣어야 평균 소득의 50%를 받는 상황에서 왜 전직 대통령만 평균도 아닌 재직 시 월급의 95%를 받아야하느냐는 게 대표적 지적 사안이다. 이 같은 반발 여론에 힘입어 근래에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개정운동까지 시민운동 차원에서 주창되기도 했다.

물론 그저 받들자고 만들어진 규정은 아닐 것이다. 현직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전직 대통령은 국가발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기여가 많다.

민간외교에 관여하기도 하고, 국민의 가치를 올바르게 계도해가는 데도 나름의 역할을 갖는다. 국가가 중대고비를 맞을 때마다 국정운영의 경륜이 밴 무게감으로 국민적 방향키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무형의 정치적 자산 가치 때문에 국민들은 혈세를 들여 전직 대통령에게 큰 예우를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전직 대통령들에게 큰 덕을 본 사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이 현직을 떠난 후 행보에 견줘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평화적 정권교체가 드물었던 정치사에서 빚어진 현상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리네 전직 대통령들은 말을 아껴야하는 편이고, 또 입을 연들 과거 정적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YS는 좀 별나다.

틈만 나면 입을 연다.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게 한 쪽의 편을 들거나 혹은 다른 한쪽을 심하게 다그치면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남자답고,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의 정치적 무게감을 떨어트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YS의 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다시피 했다.

얼마 전 YS가 신임 인사차 상도동을 찾은 청와대 요직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또 한 차례 독한 말을 쏟아 놓았다.

촛불시위에 나선 이들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일이기도 하겠지만 이번에는 좀 고약하게 꼬일 우려도 많다. 버릇을 고쳐야 할 상대가 정치권이 아닌, 촛불시위에 나선 국민이 당사자가 됐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보수매체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37%가 ‘미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소수 세력이라 볼 수도 없는 국민을 향해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가부장적 불호령을 내리는 YS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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