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요청에 시민들 밤 10시 '조기회산'

취재 : 박상규 안홍기 선대식 기자 / 총괄 : 이병선 황방열 기자
사진 : 유성호 권우성 기자


[최종신 : 7월 1일 새벽 0시 10분]

구호 대신 담소, 항의 대신 토론... 평화로운 촛불의 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가 절정을 이루곤 하는 자정이지만 30일 밤은 여느 때의 촛불집회와는 많이 다르다.

이날 집회와 행진을 이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밤 10시에 해산을 권하고 난 뒤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이 문규현 신부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고, 지나가던 시민들로부터 인사를 받기도 한다.

천막 앞쪽으로는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야당의 국회 등원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둘러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소 국회의원들만 보면 격려보다는 가시돋친 말을 쏟아냈던 시민들이 이 날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의원들과 말을 섞고 있다.

잔디밭으로 가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촛불을 밝히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민들은 촛불 수백개를 모아 'MB OUT!' 글자를 새겼다. 촛불로 '♡' 3개를 만든것도 눈에 띈다.

광장 한켠에서는 시민들이 둘러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통기타와 멜로디혼이 연주되고, 김광석의 노래를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등 시청 앞 광장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밤이 깊어가고 있다.

밤 11시 50분께 일부 시민들이 "종각으로 가자"고 소리치며 앞장섰지만, 이들을 따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7신 : 30일 밤 10시 55분]

신부들 "서운해도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만나자"

밤 9시 50분께 사제단의 선두가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왔고, 10분 뒤인 10시쯤 전체 대열이 도착했다.

사제단이 도착하자 서울광장에 남아있던 시민 1000여명은 사제단에게 달려가 박수를 치면서 "신부님, 사랑해요"라고 맞이했다. 사제단이 행진하는 동안에도 명동 등 많은 지역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다.

사제단과 시민들은 행진 중에 "구속자를 석방하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독재타도, 이명박 퇴진"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쳤다.

사제단이 서울광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경찰차량을 이용해 서울광장과 대한문 사이의 태평로 길을 봉쇄한 상태. 을지로와 소공로 길만 열려있다.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귀가하는 시민들도 보인다.

행진을 마친 시민 김선영(33세)씨는 "경찰이 서울광장을 봉쇄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계획"이라며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이번 주만 해도 종교계의 시국기도회로 경찰의 봉쇄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느냐, (경찰과 시민들이) 서로 피곤한 충돌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1학년 최아무개양은 "촛불시위가 요즘 한풀 꺾이는 게 아닌지 걱정했는데 시민들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면서 "서로 힘겨운 싸움을 하지 말고 정부가 주인인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서, 이제 날도 더운데 그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시민들의 귀가를 설득 중이다. 김인국 신부는 "밤 10시가 됐다, 귀가할 시간이니 어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내일도 여기서 촛불을 들어야 하니 서운해도 귀가해달라, 국민들에게 힘이 될 때까지 사제단이 단식기도회를 계속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제단은 이어 촛불집회를 마무리하는 주기도문과 시민들의 안전귀가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이어 '대한민국 만세,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고, 시민들도 따라 했다.

현재 시청광장 앞에는 5000명 정도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학생 국승민(27세)씨는 "날마다 3차까지 이어지다가 오늘은 1차만 하고 가는 느낌"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다 허전해하는 것 같은데, 오늘 같은 날도 있어야 또 힘을 비축해 싸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오늘은 왠지 아쉽지만 내일 또 봅시다"라며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촛불로 'MB OUT'이라는 글자를 만들기도 했다.



[6신 : 30일 밤 9시 45분]

"신부님이 앞장서니 오늘 행진은 든든해요"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촛불이 이긴다"

밤 9시께부터 사제단 300여명을 선두로 가두행진이 시작됐다. 1차 목적지는 남대문이다. 신부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현수막을 펼쳐든 채 행진을 이끌고 있다. 현수막에는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촛불이 이긴다"라고 적혀있고, 다른 현수막에는 "대통령의 교만과 무능이 민주주의를 짓밟는다, - 촛불의 파수꾼 사제들의 단식기도회"라고 적혀있다.

사제단의 행진을 지켜보는 태평로 인근의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 사제들의 뒤를 따르는 시민들도 힘을 받은 듯 '이명박 퇴진'과 '협상무효'를 외치고 있다. 사제들은 "조중동은 폐간하라" "이명박은 회개하라" "어청수는 물러나라" "최시중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본관 앞에서는 잠시 행진을 멈추고 "이건희는 회개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김정수(28세·여)씨는 "최근 검찰·경찰·청와대가 국민을 강도높게 협박해서 많이 무서웠는데, 오늘 사제들이 앞장서 주니 무서움이 싹 가셨다"며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7월 3일에는 개신교인들이 기도회를 열고, 4일에는 불교계가 시국법회를 연다고 하니 촛불이 다시 큰 파도를 이룰 것 같다"며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한 대로 힘 대 힘의 싸움으로 갈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자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철(42)씨는 "모든 것이 80년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서글프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20년 뒤로 돌려버린 시간을 우리 국민들이 다시 2008년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행진에 나선 사제단과 시민들은 남대문에서 명동을 거쳐 을지로를 돌아 다시 시청광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유모차 끌고나온 사람은 부모 아니다? 애들 빌려주는 데가 어딨나"

이날 촛불집회에도 유모차 부대와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많았다. 이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경찰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은 그 아이들의 부모가 아니라고 말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강지은(32살)씨는 "아이들 때문에 여기에 나왔다, GMO(유전자변형식물)와 광우병쇠고기 등 아이에게 위험한 먹거리가 너무 많다"면서 "아이들이 살아야 할 사회가 너무 암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경찰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자기 아이들 입에도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갈 텐데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부모인가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고유가 시대에 밤새 불을 켜게 하고, 인터넷 하게 하고, 후원금 내게 하고, 항의전화 하게 하고, 택시·버스비 나가게 하는 이명박 정부는 진정한 가정경제 파탄의 주범"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강수미(34)씨도 "경찰의 말은 무시한다"고 했다. 그는 "세 살짜리 우리 아이는 '고시협상 무효철회' '대한민국 헌법1조'를 따라 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섯살·두살짜리 아이와 함께 나온 문홍주(36살)씨도 "애를 빌려주는 데가 어디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경찰의 인식수준이 너무 한심하다"고 허탈해 했다.

[5신 : 30일 밤 9시 10분]

"이명박 대통령도 경찰 형제도 사랑한다"

상처받고 지친 촛불들에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힘을 다시 불어 넣어주고 있다.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미사 말미에 사제단의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서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매일 오후 7시에 미사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일 때까지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김 신부는 시민들에게도 "매일 오후 6시30분에 모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가 돌보지 않아 불타버린 남대문을 찾아가겠다"며 이날의 행진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시커멓게 소실된 남대문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고 있다. 오늘은 그래서 남대문을 거쳐 한국은행-을지로-시청앞 광장으로 돌아오겠다. 가두행진은 우리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이미 우리의 뜻을 알고 있다. 우리의 행진은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국민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도록 하자."

김 신부는 참석자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자고 주문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믿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국 말은 못 믿는다, 우리 조상들이 그랬다. '소련놈에게 속지말고, 미국놈 믿지마라, 일본놈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자'"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 "질긴 놈이 이긴다, 누가 질긴지 따져보자" "촛불이 승리한다 평화시위 보장하라, 국민을 때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 신부는 경찰들을 향해서도 "경찰형제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보낸다"면서 "우리는 오늘 경찰들의 안내와 보호를 받아가면서 행진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에 들어갔으며, 자연스럽게 비폭력 평화시위를 이끌고 있다.

[4신 : 30일 저녁 8시 30분]

"주여, 어둠에 싸인 세상을 비추소서"

2만여명의 신도와 일반시민들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가운데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가 저녁 7시 30분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신부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마음을 모아 미사를 봉헌하기 앞서 이 광장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에게 잠시 빌려달라고 양해를 구해야겠습니다, 사용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신도와 시민들은 한 소리로 "네!" 라고 소리치며 박수로 화답했다

사회자는 이어 "전경들 중에서도 천주교 신자 분들은 오랜만에 미사를 봉헌하는 여유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불신이 만연해도 우리는 주님만을 믿고서 살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들 가는가. 어둠에 싸인 세상을, 천주여 비추소서. 가난과 추위에 떨면서 원망에 지친 자와 괴로워 우는 자를 불쌍히 여기소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행히 사는가, 어둠에 싸인 세상을, 천주여 비추소서."

신도들이 성가 28번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를 잔잔히 합창하는 가운데 300여명의 사제단 입장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저희들이 기도가 반드시 이루어져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사는 출발점이 되길 기도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대표해 집전을 맡은 전종훈 시몬 신부가 이 날 미사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작을 알리자 신도들이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으로 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 신부의 이날 강론 제목은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었다.

전 신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라며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라고 길거리 미사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전 신부는 이어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이라며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신도들과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강론을 마치면서 전 신부는 ▲국민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장관 고시 철폐 및 전면 재협상 선언 ▲국민의 소리 청취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 자제 ▲과잉진압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및 연행자와 구속자 전원 석방 등을 촉구했다.

또 국민들을 향해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이라며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 신부는 마지막으로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이라며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되자"고 당부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하 위정자들이 회개하고 올바른 길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한 뒤 성가가 아닌 '헌법 제1조'를 합창해 신도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함께 외우고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미사에 참석한 신자와 시민들은 3만여명으로 불어났다.
[3신 : 30일 저녁 8시]

미사 기다리는 시민들 "5공 때도 이랬지"

30일 저녁 7시 10분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2만여명의 시민이 '국가권력 회개촉구' 비상시국미사를 기다리고 있다.

애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소형 앰프를 준비해왔지만 시청 앞 광장으로 시민들이 점점 모여들자, 급하게 대형 앰프를 섭외해 5분 전부터 설치 중이다. 미사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계속 시청 앞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를 기다리며 무반주로 찬송가를 함께 부르고 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정치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천영세 의원, 민주당의 강기정·김재윤·김재균·김상희·안민석·천정배·최문순 의원과 김근태 전 의원,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등 20여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앉아 있다. 지난 삼성 특검 때 사제단과 함께 한 김용철 변호사도 노회찬·심상정 대표 곁에 앉아 미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사를 기다리고 있던 김용호(46)씨는 "신부님들은 6월항쟁 때 보편적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고, 그를 승리로 이끌었던 정의로운 분들"이라며 "저 분들이 여기에 나왔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무릎꿇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해 촛불을 끄려 하지만 5공도 그렇게 버티다가 쫓겨났다"며 "이명박 정부가 5년을 버틴다고 해도 수백명의 시민들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청역 4번 출구 앞에서 대치 중이던 전경과 시민들은 대치를 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경찰은 '시민이 전경을 폭행했다'며 남성 시민 2명을 강제연행했지만 40여 분간 시민들의 석방 요구가 계속되자 '폭행 정도가 경미해서 풀어준다'며 연행했던 시민들을 풀어줬다.

[2신 : 30일 오후 6시 5분]

시국미사 앞두고 서울시청으로 몰려드는 시민들


30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가 진행되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사제와 신자, 일반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잔디밭 둘레에 줄을 치고 '잔디가 아파요' '잔디 수술 중'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붙여놓았다. 잔디 복구공사 중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것. 또 이미 훼손된 잔디를 파서 담은 가마니 20여개를 여기저기 쌓아놔 집회 등을 열기 힘든 상태다.

경찰도 경찰버스 20여대로 서울광장 주변을 둘러쌌다. 뚫려있는 곳은 재능교육 건물 맞은 편과 인권위원회 맞은편 50여m 정도다.

정의구현사제단 측은 인권위원회 맞은편 쪽 보도블럭 위에서 오후 6시 비상 시국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제들과 신부·신도들과 일반 시민들 1000여명이 이미 미사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가 쳐놓은 잔디보호용 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잔디밭에 앉아 미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미사 뒤에는 촛불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사제단은 미리 알린 시국미사 공지문을 통해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오늘까지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지냈다"며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 취지를 밝힌 바 있다.

[1신 : 27일 4시 30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비상 시국미사 열기로... 대추리 이후 3년 만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신부 전종훈, 이하 사제단)은 오는 30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비상 시국미사를 개최키로 했다.

사제단은 "정부가 드디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고시를 26일자로 관보에 게재했다"며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가주권과 자존감의 회복을 요구하던 국민의 염원은 철저히 짓밟혔다"고 개탄했다.

이어 사제단은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오늘까지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지냈다"며 "이제는 그런 절제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고 통탄했다.

사제단은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종훈 대표신부는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근 두달여 사제단이 나서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57일째 촛불을 들고 있으면 당연히 대통령이 국민의 대중적 의사를 따를 줄 알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됐고, 사람들을 구속하고, 연행하고,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는다고 하고, 색깔을 구분해 끝까지 추적한다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이어 전 신부는 "국가 권력과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며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할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짓밟고 미국의 뜻을 따르니 과연 우리 정부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사제단은 전국의 신부와 수녀들에게 비상 시국미사 일정을 알리고, 신부들에게는 장백의와 영대를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3시 시국회의를 통해 '시국농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시국미사 후 향후 일정 전반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제단은 지난 2005년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국미사를 올린 뒤 3년 만에 처음 시국미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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