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성장, 4만 불 소득, 7대 경제 강국을 의미하는 ‘747’ 공약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촛불시위에 흔들리기도 하고 자신감 상실로도 흔들리고 있기도 하다.

촛불시위가 계속되자 이에 대한 이명박 나름의 대응이 걸작이다. 수입고시를 며칠 연기하더니 결국 고시를 강행하고, “초를 누가 공급하는지” 배후를 캐라고 닦달을 하고, 30개월 이상 소를 수입하지 않게 하겠다더니 결국 수출 수입업자들의 ‘자율규제’ 카드를 내밀고, 부시에게 하소연 전화를 하여 온 국민을 창피하게 만들고, 민의를 수렴한다면서 종교인들을 만나 쇠고기 수입협상을 끝내지 않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원망을 늘어놓거나 주사파 배후설을 속닥거리더니, 결국 찻잔속의 태풍이던 촛불시위 규모를 연일 굴리고 키워 자신이 그 속에 압사당할 지도 모를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되어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되어 버렸다.

흡사 마법을 부리듯. 6월 10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보고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생각을 했단다. 임기를 시작할 당시 자신만만한 태도는 쑥 들어가고 세종로 컨테이너 박스 뒤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대운하나 공기업민영화 등의 정책을 재검토 혹은 연기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부자면 어때”라며 ‘고소영’, ‘강부자’ 내각 및 청와대 비서진을 출범시킨 지 채 100일도 안 되어 이들을 대폭 물갈이 해, ‘비고대’-‘비영남’-‘10억 이하 재산가’를 등용시켜 보려 한단다. 촛불시위는 초지일관 이명박만을 겨냥하는데도. 사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나타난 주권이나 생명·건강·안전 등에 대한 이명박의 무시는 필시 기업을 경영하면서 체득했을 그의 천박한 효율지상주의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틀림이 없고, 이는 ‘조·중·동’을 비롯한 우리 사회 지배세력이 대체로 공유한 가치이기도 하다.

사실 선거 때부터 미국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및 세계경제 둔화가 한국경제에 필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경상수지가 몇 년 만에 적자로 진입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는 7% 성장을 공약했던 것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이명박 정부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고 공약은 지켜야 될 것 같고..., 그런데 7% 성장 호언은 무지에서 비롯했을까 아니면 대국민사기극이었을까? 필자가 보기엔 오히려 무지에 더 가까운 듯하다. 결과적으로 사기를 친 것이기도 하고. 한편 경제를 둘러싼 이명박 정부의 우왕좌왕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했다. 취임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자못 심각해지자 마치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오니마니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더니 성장목표를 슬그머니 5%로 내렸다.

한편 이명박의 ‘747’ 공약 달성에 중요한 장애요소 중의 하나가 현재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로 보인다. 고유가는 당장 화물연대 등 운수종사자들의 파업을 낳고 있다. 치솟은 경유가격에 비해 운송료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고유가는 이렇게 개별 산업에의 영향 이전에 물가나 경상수지 등 거시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고유가가 주요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고유가가 가까운 장래에 피크오일의 도래에서 연유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원유생산 및 공급 상의 제약이 어느 정도 뚜렷해 보여, 중국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위기가 아니라면 고유가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에서는 원유가가 곧 150달러에 달할 것이라 발표를 했고, 골드만 삭스에서는 일찍이 향후 2년 이내에 200달러를 이야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한 한국경제에의 부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유를 거의 전부 수입을 하고, 원유가 상승이 아니더라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현재 고유가로 인한 한국경제 부진의 책임을 이명박에게 전부 덮어씌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나 고유가 등 선거시기부터 있었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7% 성장을 호언한 사기에 대한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순진한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이란 환상과 거품이 사라지게 되면서부터는 국민을 섬긴다는 말도 허언이고 사탕발림의 립서비스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내건 것이 친기업 정책 곧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인데,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은 지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지도력은 표류중이다. 위중한 시국을 극복할 최소한의 조건은 이 대통령을 포함한 지금의 지배세력은 경제성장 또는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주권이나 안전, 생명, 건강, 민주주의, 노동권 등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또한 생태위기나 문명의 위기 등에 대한 그 어떠한 개념이나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명박과 현 지배세력을 이대로 가만히 놓아 둔다면 이로 인한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촛불시위가 국민의 주권과 안전, 생태에 대한 권리 등이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를 열어나가는 운동으로 시급히 발전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슴을 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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