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낮추는 이 대통령 "10대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시선'이 낮아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 달만에 반 토막이 나면서부터다. '강부자 내각, 땅부자 비서실'이라는 비난 여론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그가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14일에는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와의 '눈높이 맞추기'를 강조했다. 서울 청계광장을 연일 수만개의 촛불로 뒤덮은 여중고생들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날개없는 추락' 상태로 이끈 '원동력'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되고 나니 보수라고 비판"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회의 직후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미 즉, 'fun'이 없으면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며 "정책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피는 감수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시대에 이들 세대에게 정부 문서는 너무도 '공자가 문자쓰는 격'이라 할 수 있다"며 "이제 좀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0~40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할 때와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정책을 설명할 때의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나는 개그프로를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고, 대선 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더 강한 후보로 분류되곤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보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대통령이 연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신은 보수적이지 않은데, 밖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불통'의 결과가 '광우병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날 오전에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은 "정부 조직과 국민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모두가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돼야 하고 국민에게 정부정책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13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정책인데 '재미'가 없어서 외면받았나

그러나 공무원이나 청와대 참모들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 '불통 사태'는 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과 관련 "광우병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연일 수 만명의 시민들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청소년들임에도 '촛불문화제는 좌파 선동의 산물'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광우병 파동'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방식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쇠고기 협상 자체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절반의 고해성사'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야당에서는 "마지못해서 하는 인정이 아니라 쇠고기 협상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점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협상에 임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길(김현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이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안병만 위원장을 비롯해 가수 박진영, 안철수 교수(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도미니카 바튼 등 27명에게 미래기획위원 위촉장을 수여한 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얽매여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며 "오늘 이 사회가 과거에 얽매이고 과거와 싸우면서 많은 것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에, 희생되는 것은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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