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시장·군수와 지방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4년간 자기가 사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대통령 선거에 있다. 정치적 민감도가 큰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지방선거 직전에 치러지는 탓이다.

6월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98일 앞두고 광주·전남 주요 선거구에 대한 예비 후보 등록자 수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광주시장·전남지사·교육감에 이어, 18일부턴 시장·도의원·시의원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접수창구는 한산하다.

선거운동과 관련해 문의 전화만 올 뿐 등록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은 광주시장·전남지사 등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예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은 대선일까지 지방 선거 출마자들은 개인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정했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의 각 시·도당에 보낸 공문에는 ‘20대 대선 승리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 선관위 예비 후보자 등록은 3월9일 대선 이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3·9 대선 이전에 예비 후보자 등록을 할 땐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입장에서야 정권 창출을 위한 대선이 시급하다. 대선 결과는 곧 이어지는 지방선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다시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니만큼 여야 모두 대선 승리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된다.

출마예정자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의 지침을 어겼다가 자칫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지방 선거를 준비하는 출마예정자들은 언제부터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유권자들도 자신의 지역에 누가 출마할지 알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 부닥쳤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어깨띠 착용, 선거구 내 세대수의 10% 내에서 홍보물 발송 등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거대 양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개인 선거운동을 금지한 셈이다. 특히, 현직에 맞서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신인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어졌으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입지자들의 경륜과 도덕성 같은 자질 검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는 이번 지방선거에 적용할 선거구조차 아직까지 획정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지난해 12월 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출마예정자는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야 하고, 지역 유권자는 후보를 특정하지 못하는 한심한 실정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하지만 지방행정과 의정을 담당할 입지자들이 자신의 정책과 비전마저 밝히지 못한대서야 되겠는가. 대선에 가려 지방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은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좌우한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 당선자가 지역주민의 삶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시간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권자의 권리를 찾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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