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채 새해를 맞아, 어느덧 2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유·무형의 자산과 가치, 체계와 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며, 우리의 일상과 인식, 주변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한국처럼 만남이 중요하고 관계 지향적인 사회는 오프라인 모임의 제한이 장기화되면 고립과 단절로 느끼는 마음이 남다르기 마련이다.

24시간 돌아가는 택배와 배달 문화가 있어 살아 갈만 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거나 얼굴을 마주 보며 음식을 나누던 일이 추억처럼 느껴지는 ‘비대면이 미덕’인 사회가 되었다.

더구나 이번 설 명절은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위세에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자녀와 손자 등 혈육 간의 왕래조차 소원해져 그야말로 노인세대는 삶의 낙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닌 외면이라고 하듯이 그만큼 지쳐가는 노인들의 외로움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노인들을 위한 주요 시설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개방과 폐쇄가 반복되며 노인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있어서 경로당과 마을회관은 단순한 노인복지시설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함께 웃고 즐기는 소통의 공간이자,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쁨을 더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해 주는 마음의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경로당에서 장기를 둘 수도, 마을 회관에서 다 같이 모여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게 됐고, 치매예방 교육과 같은 경로당 방문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으며, 복지관이나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중단되거나 정원이 대폭 축소됐다.

멀리 외지에서 사는 자식들과는 달리,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던 장소와 노인여가 복지를 위한 대면 프로그램들이 꽉 막힌 탓에 당연히 집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노인들은 무료함과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노인들이 갈 곳은 아무데도 없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 대부분은 홀로 사는 노인들로 외로움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6.5%로 고령사회에 속한다. 특히 이들은 만성질환, 신체 기능 저하 등으로 각종 질병에 취약한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외로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이른다는 통계 발표가 있었듯이, 노인 고독사와 자살 문제는 사회적 유대감 에서 오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노년의 외로움은 빈곤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지금 노인세대들은 친척·가족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가족 문화에 익숙하다. 코로나19 방역의 벽을 핑계로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 대한 끈끈한 사랑과 관심이 약해지지 않았나 점검해 봐야하며, 특히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촘촘한 돌봄 체계 구축 등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노인 개인이나 가정 내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노인보호 전문기관 등 사회적 노력과 주변 이웃의 관심이 어우러져야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노인인권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노인들을 나약한 존재로 내모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노인의 현재는 곧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우리는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음이 담긴 눈길로 타인과 연결될 때 삶은 단단해진다. 부모님과 주변 분들에게 영상통화라도 자주해 건강이나 심리상태 등을 살펴 드리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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