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김 총리는 “고인께서는 제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국무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제13대 대통령을 역임한 노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다”면서 “다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법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노태우는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었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2인자로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고, 전두환과 함께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일 뿐이다.

게다가 국민과 민주열사의 헌신적인 피로 만든 대통령 직선제가 노태우의 업적으로 호도되는 것도 마땅치 않다.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무참히 학살했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죽기 전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데서, 정부의 이 같은 국가장의 예우는 그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의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을뿐더러 훗날 전두환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매우 잘못된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국가장 예우는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당장 국가장 결정을 취소해야 마땅하며, 국회는 이번을 계기로 관련법을 개정하여 범죄자를 더 이상 깎듯이 예우하는 정의롭지 못한 법과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한편, 국가장 기간 동안 관련법령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해야 하지만, 광주광역시가 국기 조기 게양 및 분향소 설치 않기로 결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27일 공동 성명을 통해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고인은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40년이 넘는 세월을 울분과 분노 속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오월 가족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행불자들을 끝내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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